얼마 전 경주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은 온 국민을 놀라게 했다. 지진 자체의 충격도 컸지만, 우리가 사는 한반도만큼은 지진 안전지대라는 그동안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이후에도 500여 차례를 넘겨 계속되고 있는 여진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증폭시켜 정신적인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직무대행 김길원)는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지진의 위험성과 이에 따른 재난보도 방향을 조명하기 위해 '한반도 지진과 지진트라우마-재난보도의 발전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2016 빅포럼을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자협회 빅포럼은 우리나라 과학언론의 대표 토론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제는 그해 사회적으로 가장 컸던 의과학 이슈 중에 정해진다.
올해 빅포럼 기조발언은 김학수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맡았다.
이번 주제는 '위험사회:재난, 공동체, 커뮤니케이션의 엇박자'라는 제목으로 정했다.
김 교수는 "재난에 직면한 인간 개개인은 허약할 뿐이다. 공동체가 재난을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역시 허약했다. 이 지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공동체의 실패를 극복하고 제2차 재난을 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재난을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지, 아니면 재난을 확산하는 판매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한다. 우리는 이런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강연할 예정이다.
지헌철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지진 안전성'에 대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주변에 가해지는 응력 패러다임이 압축에서 인장으로 변화함으로써 한반도는 미미하지만 팽창 중에 있으며, 경주지진 이후 많은 여진으로 한반도 내에 축적되었던 압축응력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한반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규모 6점대 초반의 지진 발생 확률은 점차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발표한다.
김성한 KBS 기자는 '지진 재난 보도 진단:KBS를 중심으로' 라는 주제로 "현장 소식 등 지진 소식을 전달하는 데만 주력했다"는 반성과 함께 KBS가 국가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다. 그는 "경주 지진 이후 지진 속보체계를 다시 구축했으며, 재난 보도의 질적 수준 질적 향상을 위해 보도 매뉴얼 구축, 모의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는 등 재난 방송의 사례를 KBS와 일본 NHK를 비교한다.
'지진트라우마'라는 주제로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심리위기지원단 단장이 발표한다. 자연재난은 넓은 지역에 영향을 끼치고 막대한 재산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재산, 터전, 지역사회의 상실 및 복구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자연재난 피해자의 주된 심리적 문제가 된다. 지진 후 일주일동안 이재민의 30% 가량이 막연한 불안, 초조, 불면과 같은 정신적 증상과 두통, 구토 등 신체증상을 보인다. 인구와 산업설비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지역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진으로 인해 위험성이 높은 산업시설이 파괴되는 복합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학물질이나 방사성 물질 등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에 노출될 우려, 장기간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 등으로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1995년 한신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 전국적인 재난정신건강 시스템을 구축한 일본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현황을 비교해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지켜보면서, 자연재해 시 가장 크게 우려되는 원전사고를 빼놓을 수 없기에, 경주지진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가 '원자력발전소와 지진'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원전은 내진설계가 충실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규모 6.5의 지진에도 안전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런데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 사고나 고장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김민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종합안전평가부 책임연구원은 '원전 지진안전성 큰 우려없다'는 주제로, "원자력발전소는 주변의 활성단층 존재 여부를 포함한 엄격한 부지조사와 지질조사를 통해서 지진에 안전한 부지를 선정해 건설된다"며 "설계지진의 세기는 확률론적 지진재해도 평가 방법에 의하여 1만년에 한번 발생하는 지진세기로 결정하며 특히 원전 건물은 이 설계지진에 대해서도 경미한 손상도 발생하지 않는 탄성거동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어 실제 여유도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기조발언과 다섯 명의 주제발표가 끝나고 나면, 안영인 기자(SBS)가 좌장을 맡아 심층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토론에는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인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하규섭 교수,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진한 교수,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유용규 과장,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연 교수, 동아일보 이진한 기자, 서울신문 유용하 기자가 참여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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