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탄핵정국.탈당 등 총체적 위기속 與초재선 그룹 존재감 미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촉발된 새누리당 내홍이 결국 비주류 그룹의 탈당으로 분당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당내 초·재선 그룹이 방향타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검찰이 각종 국정농단 비리를 저지른 최씨와의 공모혐의로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 입건하자 청와대가 편향된 수사라며 검찰수사에 불응하고, 범 야권과 여당내 비주류가 연대해 탄핵정국을 주도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초·재선들의 존재감이 좀처럼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與 초재선 그룹 위기속 존재감 미미
22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이날 새누리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와 당내 소장개혁파 비주류 중진인 김용태 의원이 탈당을 전격 선언하자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초·재선 그룹이 외견상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이다.

현재 초선은 46명, 재선 37명으로 분포상 당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직면한 주요 현안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큰 데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큰 흐름을 주도하기보다는, 흐름에 묻혀가는 일종의 '주변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올해 4월 총선에서 당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만큼 이들 중 상당수가 범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현재 친박계 지도부 사퇴와 당 쇄신을 요구하는 비박계 주도의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초재선 그룹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민심을 먹고사는 국회의원으로서 아무리 여당이지만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의 분노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이정현 대표의 친박 지도부를 두둔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비주류 대열에 동참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친박 지도부의 사퇴촉구를 거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들 초재선 그룹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난감한 상황탓인지 초재선 의원들은 그룹별로 연일 회동을 통해 당과 정국 수습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 비상시국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방향의 중지를 모으기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흐름 주도못하고 소극적 '주변인'
비상시국위에 참여하는 비주류 강성그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현 지도부의 사퇴를 강력 촉구하고 있지만 상당수 온건 초재선 의원들은 일단 정국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일관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정치경륜도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소신을 토대로 한 확실한 좌표와 방향을 설정하는데 주저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초재선 그룹이 당내 소장개혁파라는 카데고리로, 각종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큰 흐름의 전개를 주도한 것과는 달리 다소 소극적인 대처로 당내 '주변인'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날 각각 회동을 갖고 당 내홍 및 국정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당 지도부 사퇴 방식 및 시기, 비대위 구성 여부, 조기 전대 실시, 동반탈당·분당 문제, 대통령에 대한 탄핵·징계 조치 등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명확한 결론을 맺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모임 간사 격인 정운천 의원은 회동 직후 "확실한 것은 초선 만큼은 어느 계파나 개별적 모임 참여를 지양하고, 한마음으로 당 혁신의 중심이 되어보자는데에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최근 탄핵정국과 탈당 및 분당위기 고조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한꺼번에 몰려서인지 과거 적극적인 자세로 당내 현안에 대처했던 것과는 달리 다소 소극적인 대응 자세를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