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보험사 이어 저축은행도 수익 급증
3분기 누적 순익 7645억.. 작년 동기 대비 72% 증가
재무·건전성 지표 좋아져
올해 국내 금융회사만큼은 불황의 무풍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진으로 대다수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지만 금융사들은 대부분 이익 폭을 크게 늘렸다.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저금리로 대출수요가 급증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덕이다. 하지만 가계부채를 크게 늘리면서 금리상승기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낳고 있다.
■은행권 박리다매로 최대실적
22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3.4분기 누적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9개월치 이자이익이 2조294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4838억원 증가한 수치다. 대손충당금 전입액 부담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27억원 커졌지만, 이자이익이 이를 상쇄해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3196억원 증가한 7645억원이 됐다.
저축은행의 이 같은 이익은 정부의 은행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반사효과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는 올 2월 이후 은행 등 제1금융권에 깐깐한 여신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사실상 대출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저소득 개인 신용자들이 저축은행 등으로 갈아탔고, 이들 대출 증가분이 저축은행 수익을 끌어올렸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저축은행권 대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5년 6월 말 16.7%, 2015년 12월 말 18.6%, 2016년 6월 말 22.7%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이 중 개인 신용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이 늘면서 저축은행 재무상태와 건전성 지표는 급속히 호전세를 보이고 있다. 총자산은 지난해 말 43조9000억원에서 지난 9월 말 49조9000억원으로 13.7%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8000억원(17.0%) 불어나 5조8000억원이 됐다. 윤창의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올 들어 저축은행업계는 건전성이나 자산규모 면에서 눈에 띄는 호전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대내적으론 가계부채 증가 등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어 리스크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실적도 이자이익이 늘면서 크게 호전됐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3·4분기 누적 당기순이익(개별 재무제표 기준)은 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3000억원)보다 36.4% 증가했다. 특히 이자이익은 3·4분기 1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분양시장 활황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일종의 박리다매 효과"라고 분석했다.
■보험업계도 장사 잘했다
보험업계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올 3·4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삼성생명은 연결 기준으로 올해 누적(1~9월)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3% 늘어난 2조13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카드 지분 37.5%(4340만주) 매입으로 발생한 일회성 이익(8207억원)과 삼성생명 태평로 본사 매각이익 2771억원이 반영된 것도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 한화생명은 연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23억원으로 68%나 급증했다. 3.4분기만 놓고 보면 79.61%나 늘어났다.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 판매가 늘어나며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올 9월까지 연결 기준으로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2% 증가한 2240억원을 기록한 것.
손해보험사들도 실적호조세가 지속됐다. 손보사들의 실적호조세는 생보사와 달리 자동차보험료 인상과 이에 따른 손해율 개선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올 3·4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22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62억원)보다 62.8%나 급증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올 3·4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5% 늘어난 7556억원이었다. 이 밖에 현대해상은 올 9월까지 누적 순이익이 3368억원, 동부화재는 4193억원, KB손해보험은 2386억원 등으로 3개사 모두 전년 대비 순이익이 늘었다.
jins@fnnews.com 최진숙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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