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치매 노인과 혼인 신고를 한 뒤 거액의 상속을 받은 70대 간병인에게 혼인 무효 판결과 함께 상속 재산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서울북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박미리 부장판사)는 지난해 숨진 김모씨(83)의 조카가 전모씨(71·여)를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2년 3월께부터 저혈당, 당뇨, 고혈압 등으로 병원을 자주 드나들다 같은해 4월 치매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집 주소나 친지의 이름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치매 5단계로, 스스로 생활이 불가능했다.
김씨는 서울 노원구 한 요양병원에 2012년 8월 입소, 2014년 12월까지 입원치료를 받던 중 간병인 전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전씨를 '엄마'라고 부르고 대변을 본 기저귀에 손을 넣는 등 판단능력에 장애를 보였다. 김씨는 홀로 식사하거나 배변할 수 없는 등 행위능력에도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전씨는 김씨가 병원에 입원한 지 2개월이 지난 2012년 10월 그와 혼인신고서를 구청에 제출, 혼인 신고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전씨는 박모씨 등 2명을 혼인을 증빙하는 증인으로 세우기도 했다. 김씨는 자녀 없이 조카만 여러명 남기고 지난해 9월 중순 숨졌다.
전씨는 김씨가 사망하자 그가 남긴 50억원 가량의 부동산 소유권을 자신 회사에 이전하는 등기와 근저당권설정 등기를 마쳤다.
이 사실을 알게된 조카 A씨는 전씨가 혼인신고서 상 김씨 명의를 위조했다고 주장, 지난해 전씨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했다. 혼인신고서에 증인으로 기재된 박씨는 수사기관에서 '김씨로부터 전씨와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전씨가 김씨와 혼인 신고를 하려 하니 증인이 돼 달라고 부탁해 김씨에게 확인하려 했으나 전씨가 제지해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는 김씨 사망 등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됐으나 조카 A씨는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에 김씨와 전씨의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올 9월 승소했다.
가정법원은 혼인 신고 당시 김씨의 정신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김씨가 혼인에 합의할 의사능력이 부족했을 것으로 추정, 당사자 간 합의가 없는 혼인은 무효라고 선고했다.
북부지법도 혼인이 무효가 됐으니 자연히 이후 이뤄진 상속 과정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참칭상속인(법률상의 재산상속권이 없음에도 사실상 재산상속인의 지위를 지닌 자)에 해당한다"며 "참칭상속인에 의한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권설정 등기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조카 A씨에 대해서는 "공동상속인 중 한명으로 전씨를 상대로 각 등기 말소절차 이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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