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에 국내 금융권만 발동동
국내 진출 42개 외국銀 중 중국 6곳 12개 지점 최다
M&A.지분매입 등 적극적, 안방보험 영향력 계속 확대
中은 韓 금융사 진입 견제.. 업계 “아직은 비공식 대응 금융당국 해결의지 보여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갈등으로 양국 간 금융업 진출 상호주의도 사라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가운데 오히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은행은 물론 보험시장에까지 차이나머니(중국자본)의 침투가 확대되고 있는 탓이다. 중국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불만도 크다.
■중국자본 유입은 급증하는데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시장에 진출한 17개국 42개 은행 중 가장 많은 은행을 진출시킨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공상.건설.교통.농업.광대 등 총 6개 은행이 12개 지점을 국내에서 운영 중이다. 단일국가 기준으로 중국이 가장 많은 은행 지점을 국내에 두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금융위가 지점 신설을 인가한 외국 은행 역시 중국광대은행이다.
인수합병(M&A), 지분 매입 등을 통한 중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침투 또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은 국내 은행권에서 보험시장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진행된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참여해 지분 4%를 확보했다. 앞서 안방보험은 지난 2014년 우리은행 지분 30% 매각 전에도 홀로 도전장을 내며 국내 은행산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 안방보험은 지난 4월 한국 알리안츠생명까지 인수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대만 보험사인 푸본생명은 현대라이프생명 지분을 48% 매입하며 2대 주주로 등극했다.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ING생명에도 중국 푸싱그룹과 태평생명,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론칭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중국계 자본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오픈을 계획 중인 K뱅크와 카카오뱅크에 각각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가 주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에도 중국계 자본의 공습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만의 유안타금융지주는 지난 2014년 동양증권을 인수했으며, 중국의 자오상증권은 본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을 보유한 시틱그룹이 대우증권 매각 당시 인수전 참여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 진출을 모색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한국에 중국 원.위안 직거래시장을 개설하고, 올해는 상하이에 개설된 원.위안 직거래시장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중국 위안회 국제화에도 적극 동참했다.
■금융당국 대책 마련해야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 정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 조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아직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과 사드 문제로 국내 금융사들이 크게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국가에 까다로운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아직 수면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확한 제재조치가 내려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차라리 한류처럼 중국 정부의 규제가 명확하다면 우리도 한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지만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 공무원들이 소위 '알아서 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한국 금융당국이 어떤 것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기업들이 더욱 걱정하는 것은 내년이다.
예정대로 내년 7~8월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가사화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체결된 것도 우려를 키웠다.
중국 현지 기업 한 관계자는 "중국의 규제가 가시화되면 현지 진출기업뿐 아니라 국내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나타나기 전에 정부가 상황별 대응방안을 미리 준비하고, 기업과 경제에 대한 타격을 최대한 줄여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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