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신호제지(현 한솔아트원제지)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알면서 도운 신한은행은 신호제지 전 경영자에게 15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신호제지를 인수했다가 경영권을 뺏긴 엄모씨(66)가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150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한은행이 불법행위 사실을 알면서 신호제지의 주식을 매수하고 의결권을 행사해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엄씨는 2005년 이모씨(59) 명의를 빌려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인수했으나 이씨는 엄씨 등의 의사를 무시하고 명의신탁된 주식 320만여주 중 270만여주를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신한은행의 자본력을 이용해 신호제지를 대상으로 M&A를 선언한 국일제지와 함께 엄씨의 경영권을 뺏으려는 의도였다. 신한은행도 이씨의 의도를 알았지만 싼값에 신호제지의 주식을 살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5년 신한은행의 의결권 행사로 적대적 M&A가 이뤄지면서 엄씨의 경영권은 국일제지로 넘어갔다.
이씨는 2009년 보관 중이던 타인의 주식을 매각한 혐의(횡령)로 기소돼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이에 엄씨는 신한은행과 이씨를 상대로 "불법행위가 개입된 적대적 M&A로 경영권을 잃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엄씨가 경영권을 상실했으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에 상당하는 배상금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신한은행과 이씨가 공동으로 24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2심도 신한은행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곤란하다"며 배상액을 150억원으로 감액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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