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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가결>전 세계 탄핵 사례… 美 조기퇴진은 닉슨이 유일, 정정불안 남미가 다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가결됨에 따라 세계 각국 정상의 탄핵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많은 탄핵안을 통과시킨 남미 외에도 유럽, 미국 등 비교적 선진국에서도 권력자들이 탄핵당했다. 이들은 주로 비리와 부정부패, 국정질서 문란 등 중대한 범죄로 인해 탄핵됐다. 이 중에서는 현재 수감중인 사람도 있다.

건국 이래 230여년의 대통령제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조기 퇴진한 정상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재선을 위해 민주당 선거 사무실이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그는 1974년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된지 4일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가장 최근에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됐다. 2011년 취임한 그는 80%에 가까운 국민 지지를 받았으며, 2015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재선 당시 국영은행 자금을 동원해 국가 재정 적자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올해 8월 말 탄핵당했다. 오는 2018년 12월 31일까지인 잔여 임기는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수행 중이다. 다만 테메르 대통령도 반부패법 처벌 규정 완화 논란 등으로 탄핵 압박을 받고 있다.

잦은 정정불안을 겪은 남미에서는 브라질 외에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페루 등에서 탄핵이 가결됐다.

10여년 간 장기 집권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은 야당 후보 도청, 유권자 명부 조작 등 각종 부패 혐의로 지난 2000년 11월 탄핵이 가결됐다. 일본으로 도피한 그는 탄핵절차가 진행되기 전 팩스로 자진 사퇴서를 제출했으나, 국민의 분노만 사고 수리되지 않았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탄핵당한 후 25년형을 선고받아 지금까지 수감돼 있다.

또 1996년 집권한 에콰도르의 압달라 부카람 대통령은 세금 횡령 혐의 등으로 취임 6개월만인 지난 1997년 2월 탄핵됐다. 베네수엘라의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전 대통령도 1993년 공금 횡령 및 부정 축재 혐의로 탄핵당했다.

아시아에서는 압두라만 와히드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01년 탄핵당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첫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그는 집권 직후 경제적 위기와 횡령 등으로 집권 2년만에 탄핵됐다.

유럽에서는 리투아니아의 롤란다스 팍사스 전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국가 기밀 누설 등으로 2004년 탄핵당했다. 또 크리스티안 불프 전 독일 대통령은 2012년 시중 금리보다 낮은 특혜성 사채를 빌려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 탄핵 위기에 몰리자 자진 사퇴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