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혼숙을 허용했다가 성폭력 범죄가 발생해 모텔 주인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전지원 부장판사)는 A양이 모텔 주인 장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장씨가 A양에게 1천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B군 등 3명은 지난해 7월 새벽 길에서 만난 A양 일행과 술을 마시고 놀다 A양이 만취하자 택시에 태워 장씨 모텔로 데리고 갔다. 장씨는 B군 등의 신분을 확인하지도 않고 방을 내줬다.
모텔 안에서 B군 일행은 A양을 성폭행하고 추행했다. 이 일로 B군은 실형을 확정받아 복역중이고, 다른 두 명은 소년부에 송치됐다.
장씨도 남녀 청소년을 혼숙하게 해 청소년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구청에서 과징금도 받았다.
A양은 장씨가 청소년 혼숙을 방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고, B군 모친과 통화하면서 자신을 '품행이 불량한 여자'란 취지로 말해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장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B군 일행의 겉모습이나 차림새, A양이 만취해 혼자 걷지도 못했던 점 등에 장씨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성폭력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장씨는 이들이 청소년인지를 확인하지 않고 이성혼숙을 허용해 범죄가 발생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이런 부주의는 "청소년 투숙객인 A양에 대한 보호 의무나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장씨는 B군의 모친에게 A양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A양을 모욕했다"며 "성폭력 범죄로 이미 정신적 피해를 본 A양이 장씨 때문에 추가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