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일자리 숫자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간 지 7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위기 이전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 기술 때문에 경기에 상관없이 일자리가 늘지 않기 때문인데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차기 정부의 공약이 기초부터 흔들리게 생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이같이 전하며 취임을 약 한 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제조업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뜻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경기나 해외 노동자가 아닌 기계들이 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WSJ에 의하면 미국 제조업생산지수는 지난 11월 기준으로 104.0을 기록,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불황 시작(2007년 12월) 이전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제조업 종사자는 1370만명에서 1230만명으로 140만명 줄었다. 일자리 가운데 20%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
물론 노동시장 전체는 회복중이다. 올해 11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는 1억4500만명으로 공식적인 불황 종료 시기인 2009년 6월 이후 11%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제조업 일자리는 5% 증가에 그쳤다.
미 시카고 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스트라우스는 WSJ를 통해 미국 노동자 가운데 제조업 노동자 비중이 현재 8.5%에서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제조업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인력이 필요 없다며 "이 같은 경향이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고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WSJ 역시 기술 발전에 적응할 수 있는 숙련 노동자들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계속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대선 기간 동안 외국의 미국 공장들을 불러와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주장한 트럼프도 이러한 추세를 알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미국에 있는 일자리도 로봇에 대체되는 상황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로봇을 만들 것"이라고 대답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지금 로봇을 만들고 있지 않으며 아무것도 만들지 않지만 앞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산업은 매우 커질 것이며 우리가 그걸 만들 것이다"며 "우리는 더 많은 공장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이달 아이오와주 유세에서도 규제 철폐와 중국과의 무역 개선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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