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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물러선 黃, 대정부질문 나오기로…여야정협의체는 여전히 '답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로 했다. 황 권한대행과 야당의 지난한 힘겨루기에서 일단 황 권한대행이 한 발 밀린 모양새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의 결심을 적극 환영하면서도 빈손으로 오지말라고 경고하며 날을 거두지 않았다.

■黃에 질문폭격 쏟아질듯
황 권한대행은 19일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국회와 국민에게 국정 관리방향을 전하고 의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참석 전례 전무, 국정 수습의 시급성 등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지만 야당의 거듭된 압박에 못 이겨 출석을 결정한 것이다.

국회출석 문제로 입법부와 갈등을 초래한 것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조속한 국정안정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게 황 권한대행의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출석 방식 등에 대해 필요한 경우 국회에서 논의해달라"면서 직접 대정부질문을 받을지, 인사말을 하고 퇴장할지 등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예우를 충분히 해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황 권한대행이 입장자료에서 '임시국회 본회의'라고만 언급한 것도 그 연장선 상이다.

그러나 야당은 딱 잘라 거절했다. 앞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황 권한대행이 국회에 나와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해 구체적인 출석방식을 포함한 이번 대정부질문 진행을 합의한 만큼 추가로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또다른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총리로서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면 된다"고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 역시 "총리로 오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그대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질문은 황 권한대행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과 21일 경제·비경제분야로 나눠 진행되지만 이틀 모두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부의 국정 수습 방안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일에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대응방안과 민생경제 수습방안, 이번 게이트 이후 최대과제로 손꼽히는 정경유착 청산 방안 등이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이날 질문자로 나서는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재벌개혁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 황 권한대행에 직접 물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누굴 꾸짖거나 할 상황은 아니다. 어려운 국민경제를 어떻게 할지 진지하게 상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불안을 집어줄 것"이라면서도 금융위원회가 차은택 소유 회사에 광고를 발주한 것과 관련, "유사하게 정부 광고가 문제가 되는 회사에 발주된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는지 등도 확인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회-정부간 협의체는 '답보'
다만 국회-정부간 정책협의체 구성은 당분간 답보상태를 이어갈 전망이다. 야당이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와는 여·야·정 협의체를 논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탓이다. 야당의 협의체 구성 압박이 계속됨에 따라 황 권한대행과 야당과의 힘겨루기 2차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난 16일 꾸려진 새누리당 친박계 새 원내지도부와 냉각기를 선언, 현재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비박계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 이들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비대위 체제가 언제 꾸려질지조차 장담할 수 없어 당장 여야간 어떠한 협상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의 국회출석을 계기로 여야정 협의체 논의가 정상화되길 기대하는 기색이지만 황 권한대행은 여당 없이 야당과 협의체를 꾸리진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면서도 "야당과 정부가 만나는 모양은 여야정이 함께 만나는 게 더욱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고 기존 의견을 고수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