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AI 안전지대 없다" 정부·지자체 전방위 방역도 무용지물

서울대공원 임시휴장 조치.. 전체 조류 정밀검사 의뢰
경기도 10만수 이상 농장, 임시이동 방역시설 설치
부산시 철새도래지 소독.. 인천시 8개지점 거점소독

조류인플루엔자(AI)가 서울대공원을 덮치는 등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사실상 안전지대가 없게 됐다. 정부가 AI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수준으로 격상하고, 각 지자체와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방역망을 비웃듯 여전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AI 서울로… 황새.원앙 등 양성

서울시는 서울대공원에서 지난 16일 황새 2마리가 폐사, 국립환경과학원에 AI 검사를 의뢰했다고 19일 밝혔다. 폐사한 황새와 같은 칸에 사육 중인 아프리카저어새, 흑따오기, 원앙 등 4종 18수에 대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과학원의 중간검사 결과 황새 사체에서는 양성 판정이 나왔고 연구원 검사를 통해서는 원앙 5마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8마리 모두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했다.

서울시는 동물원을 임시 휴장하고 전체 조류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뢰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황새 마을 내 다른 전시장에 있는 11종 120여마리에 대한 추가 분변검사도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한 상태"라며 "지난 18일부터 중앙 역학조사반이 서울대공원을 찾아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는 서울동물원 내 전체 조류(1200여수)를 대상으로 분변을 수거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AI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살처분 등 조치를 할 예정이다.

AI가 무차별 확산 양상을 보이자 전국 광역.기초단체들은 '안전지대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대책반을 확대 개편하는 한편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 AI 확산 저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충남도와 천안시에 따르면 전날 병천면 도원리 최모씨의 산란계 농장에서 간이 혈청검사 결과 고병원성 AI바이러스가 발견돼 사육 중인 닭 10만4000여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충남도 가축위생연구소 아산지소 긴급검역팀은 풍세면 보성리 이모씨의 '산란종추' 양계장에서도 H5 바이러스가 확인돼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5만5000여마리에 대한 강제 살처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목천읍 소사리 현모씨의 종계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2만6000여마리의 살처분 작업에 착수했다.

천안시는 AI 발병이 계속되자 발생농가 주변 통제초소 외에 7개 초소를 늘려 인력을 배치했다. 또한 긴급소독과 함께 발생농가 반경 10㎞ 이내 가금류 농장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에 돌입하는 등 사실상 모든 가금류의 이동을 막고 있다.

이처럼 AI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 수준으로 격상된 지난 16일 이후에도 AI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전방위 '방역작전'에 나섰다.

■전방위 방역, 예방적 살처분도 '초비상'

AI가 한달 사이 10개 시.군으로 확산된 경기도는 이날 10만수 이상 대규모 가금류 농장 출입로에 임시 이동 방역시설을 설치하는 강력 방역대책에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11월 20일 양주에서 AI가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양주 3곳, 포천 16곳, 이천 16곳, 안성 8곳, 평택 5곳, 여주 5곳, 화성 2곳, 양평 1곳, 용인 4곳, 김포 1곳 등 10개 지자체 61개 농가에서 확진판정이 이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경기도는 축산산림국 주관의 기존 AI가축방역대책본부를 재난안전본부 주관의 AI재난안전대책본부로 확대했다. 특히 3개반 20명 규모의 AI인체감염대책반을 가동, 가금류 농장과 도계장 종사자 1만2660명에게 AI 인체감염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지난 17일에는 경북 경산시 하양읍 환상리 남하교 하류에서 발견된 큰고니(천연기념물) 사체 한 마리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면서 경북도와 시.군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인근 포항.칠곡 등은 예방적 살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와 일선 시.군들은 큰고니 사체 발견지역 일원에 방역과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발생지 10㎞ 내에 가금류 이동을 제한하고 이동초소 5곳을 설치했다.

부산시도 지난 15일 기장군의 한 토종닭 사육농가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가금류 678마리를 살처분했다. 또 동물위생시험소와 공동방제단을 구성, 거점소독시설 1곳을 설치하고 철새도래지 일대를 소독하고 있다.

현재까지 AI가 발생하지 않은 광역자치단체인 인천시는 강화대교.초지대교를 비롯해 8개 지점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 AI 유입을 막고 있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 미수집 축산차량에 대한 일제점검을 이달 말까지 실시하고, 가금류 밀집사육 농장과 도계장 등에 대한 일제소독 등 방역취약지역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AI 축산물 유통 차단 나서

서울시는 최근 계란 가격이 폭등하면서 불량 축산물 유통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시·구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233개 식용란 수집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벌인다. 서울시는 점검을 통해 계란이 AI가 없는 지역에서 출하됐는지 점검하고 표시가 없는 불량계란 유통 여부를 확인한다.

서울시는 AI가 발생한 농장의 닭에서는 계란이 생산되지 않으며 발생지 반경 3㎞ 이내에서 사육되는 닭.오리.식용란은 이동 통제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보호복 1만2276세트와 항바이러스제 2700정을 확보 중이다. 서울시는 소규모 관상용으로 조류를 기르고 있는 서울시 55곳도 전담공무원을 지정, 매일 1회 전화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물원과 철새 서식지에 접근을 통제하고 강도 높은 방역으로 시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과도한 불안으로 시민의 축산물 소비가 위축돼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