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연말 부동산 매각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비대면 은행 거래가 늘고 지점수가 줄어들면서 유휴점포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또 고정자산을 줄여 자본확충 부담을 낮추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점포가 줄어들면 그만큼 비용이 줄고, 부동산 매각 이익이 재무재표상 단기 영업외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순이익 상승 효과가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유휴점포 등 부동산 매각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부동산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인천, 수원, 오산, 산본, 탄현 등에서 11건의 부동산 매각 공고를 내고 입찰을 진행 중이다. 최저 입찰 가격은 총 400억원에 육박한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문을 닫는 영업지점과 연수원 등을 포함, 총 16건의 부동산 매각을 완료하고 매각이익으로 1289억3200만원을 챙겼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부동산 매각은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물리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점포를 정리하고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인한 영업지점 축소 기조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서울 신대방동과 은평, 광주, 목포, 대전, 수원 등에서 총 6건, 203억원 규모의 지점 매각 공고를 낸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총 14건의 유휴 점포 매각을 진행했고 그 중 8건을 성사시키며 161억원의 매각이익을 얻었다.
우리은행은 현재 대구와 경남, 충남 등 4곳에서 사택과 합숙소 등 22억원 규모 부동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총 4회 매각공고를 통해 23개 부동산 자산을 내놓았고, 그 중 19개를 매각해 166억원을 챙겼다.
NH농협은행 역시 서울 방이동, 상암동, 돌곶이역, 경기 파주 등에서 총 4건의 점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입찰 예상금액은 총 90억원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5개 점포를 매각해 65억원 가량의 이익을 챙겼다. 신한은행은 올해 20여개의 부동산 매각을 추진했으며 그 중 총 8건을 매각해 145억원 가량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3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앞으로도 유휴점포 매각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곳도 있어 골칫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경기 하락으로 부동산 매매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현재 9건의 부동산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여러차례 유찰되면서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이 진행 중인 서울, 인천은 물론, 대구, 군산의 지점 역시 이미 2~3차례 유찰과 재매각 과정을 거치며 최저입찰가격이 최초 공시 가격보다 4~6억원 가량 하락했다.
KEB하나은행이 매물로 내놓은 10개 부동산 역시 3~4차례 재매각 과정을 거치며 가격이 3~8억원 까지 떨어졌다. KB국민은행도 광주 금남로 지점이 여러차례 재매각 절차를 거치며, 최저 입찰가가 93억원에서 88억원까지 하락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방, 구시가지와 같이 영업환경이나 시장성이 떨어지는 지점부터 정리를 하다보니 사실상 매각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매각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리모델링, 점포 통합 등도 전략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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