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이 짙은 스모그에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 운동장이 텅 비어 있다. 이날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25배 달했고 가시거리는 300m에도 못 미쳤다. 사진=김홍재 특파원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중국에서 5일째 이어지고 있는 최악의 스모그로 공기 오염이 '심각' 이상의 수준에 도달한 도시가 71곳으로 늘었다. 특히 이들 도시 중 중국의 수도권인 '징진지'(베이징, 톈진, 허베이) 및 주변 도시가 75%(53개 성)를 차지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도권을 떠나려는 '스모그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중국 환경보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밤에 발령된 공기오염 적색경보가 5일째 이어지고 있다. 19일 기준 공기 오염 정도가 심각 이상인 도시가 71곳, 8곳은 최고수준, 24곳은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인공위성 원격 탐지결과 16일 중국 중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스모그 영향권이 16만 평방미터에서 17일 37만 평방미터, 18일 62만 평방미터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번 스모그가 21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를 피해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비행기 표가 매진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공기가 깨끗한 것으로 알려진 하이난성의 싼야, 윈난성의 다리, 푸젠성의 샤먼 등으로 떠나는 비행기 좌석은 요금이 가장 비싼 1등석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진됐다. 온라인 여행사이트 '취날왕'은 스모그로 둘러싸인 중국 중동부 지역을 피해 서부와 남부지역 등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적색경보 발령 이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 등은 스모그가 장기간 이어지자 '스모그 탈출용' 여행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씨트립은 스모그를 피해 올 겨울 해외로 떠나는 인원이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매년 이 같은 유형의 해외 여행객이 100만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스모그가 심각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 주민들이다.
이날 현재 베이징은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400 ㎍/㎥을 넘어섰고 허베이성의 스자좡은 전날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1000 ㎍/㎥를 넘어서는 살인적인 수치를 기록하면서 징진지 지역이 마치 거대한 가스 돔을 형성하고 있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은 가시거리가 300m로 줄면서 이날 오전 180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취소되고 3일간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톈진 공항도 18~19일 공항이 잠정 폐쇄돼 131편이 운항 취소되고 75편이 연착됐으며 모든 고속도로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산둥성은 4개 고속도로 구간의 100개 톨게이트가 스모그로 문을 닫았고 성도인 지난 공항도 연착륙 사태가 이어졌다. 이번 스모그는 오는 22일부터나 차츰 사라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올들어 최악의 스모그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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