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으로 사용하던 벽걸이용 전기난로에서 화재가 발생해 손해가 생겼다면 제조업체가 피해액의 70%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이흥권 부장판사)는 장모씨 등 3명이 전기난로 제조업체 H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H사는 장씨 등에게 9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2015년 3월 경남 함안군의 한 건물 3층에서 안방 벽에 설치된 H사의 벽걸이형 전기난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안방 내 가재도구와 건물 3층 일부가 불에 탔고 장씨는 건물주 황모씨 등과 함께 H사에 2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설치.사용법을 제대로 지켜가며 난로를 사용했는데 갑자기 불이 났으니 회사가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는 게 장씨 등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H사는 "난로를 정상적으로 쓰다 불이 났다는 주장의 입증이 부족하고 회사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요구하는 손해액이 과다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전기난로에서 스파크가 일며 불이 시작됐고 난로 내부 배선에서 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내부 배선은 장씨 등이 전기난로를 분해하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는 부분으로, 본체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 외부 눌림에 의해 전선 끊김이 발생할 가능성은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장씨 등이 5년 이상 난로를 쓰면서 특별한 고장이나 문제점은 없었고 설치 위치 등도 사용설명서를 따랐다"며 "화재 원인은 내부 배선 끊김 때문으로 보이는만큼 H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화재 당시 장씨 가족이 난로를 켜 둔 채 샤워를 하거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 신속히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며 H사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장씨 등에게는 1500만원, 건물주인인 황씨에게는 82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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