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세계 경제가 지정학적 위험 요인에 노출돼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치적 취약성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3일(이하 현지시간)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통신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이 '이례적인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 외교정책 변화, 국내 사회보장체계 수정 등이 불확실성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막대한 재정지출과 감세, 규제완화가 경제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근거가 약하다면서 시장이 여전히 불확실한 차기 행정부의 정책에 기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외 유보이윤을 미국내로 들여오도록 하면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트럼프의 구상은 틀렸다면서 트럼프 경제팀의 정책구상은 능력 범위를 크게 벗어난 '주술(부두) 경제학'이라고 비판했다.
서머스는 트럼프 행정부로의 정권이양은 "이데올로기적으로나 실질적인 정책 측면에서나 (2차대전이 끝난지) 75년 만에 최대 전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은 종류의 전환은 미국이 글로벌 시스템에서 중심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불확실성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이 이같은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위험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 그룹도 올해가 2차 대전 이후 가장 취약한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라시아 그룹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가 20일 취임하면 세계 경제는 더 이상 미국이 '가드레일'이 될 것이란 점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면서 세계가 올해 '지정학적 침체'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침체 배경으로는 트럼프의 대 러시아 해빙 분위기 조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부정적 평가, 프랑스 국민전선 같은 유럽 반제도권 정당들과의 유대감 등이 지목됐다. 보고서는 트럼프의 이같은 성향들이 국제질서를 보호했던 2차대전 이후 주요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독일 총선, 프랑스 대선, 네덜란드 총선 등 유럽 곳곳에서 중요한 선거들이 치러지고, 5월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미국에서는 20일 정권이 교체되고, 브라질 등 신흥시장 경제가 주춤거리는 등 전세계 정치, 경제 질서가 흔들릴 위험이 높은 때여서 이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유라시아 그룹은 국제적인 전쟁이나 주요국 중앙정부 붕괴 같은 사건이 필연적이지는 않겠지만 이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주요국의 경제개혁이 후퇴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중앙은행들이 정치권의 비판에 노출돼 있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약 20기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도 지정학적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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