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신흥국에 악재 전망.. 러의 대선개입 사실 인정
당선자 재산 신탁에 맡기고 재임때 새 해외사업 않기로
【 로스앤젤레스.뉴욕=서혜진 정지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승리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해킹을 통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한 이해충돌 우려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그룹' 운영을 두 아들에게 맡기고 재산은 신탁방식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해킹 배후" 첫 인정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처음이자 6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대선 해킹의 배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해킹을 통한 러시아의 대선개입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푸틴이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입을 인정한 뒤 "푸틴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민주당전국위원회(DNC)를 해킹한 것은 러시아였지만 "다른 국가들에 의해서도 해킹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해킹에 대한 보복으로 취한 대러 제재를 유지할 것인지, 더 강력한 대러 제재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대선기간 자신 또는 캠프 인사들이 러시아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했다.
러시아가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한 외설적인 자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보당국이 이를 자신에게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는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전날 CNN은 지난주 미국 정보당국이 트럼프에게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보고할 때 러시아가 트럼프의 '망신스러운' 자료를 갖고 있다는 소문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트럼프 당선자의 성관계 동영상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확보했다'는 내용을 담은 35쪽짜리 미확인 메모 전문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버즈피드를 향해 "실패한 쓰레기 더미"라고 공격했고 CNN 기자가 질문하려 하자 "당신네 회사는 끔찍하다"며 "조용히 있으라"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재산 신탁에 맡기기로
트럼프는 이해상충 우려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트럼프그룹의 경영에서 물러나고 두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에게 경영을 승계할 뜻을 밝혔다. 그는 "두 아들은 저와 (회사 운영에 대해) 상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의 재산은 신탁에 맡기고 트럼프 당선자 재임 기간에 해외사업을 새롭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월터 샤웁 미국 정부윤리청(OGE) 청장은 이날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당선자의 계획이 부적절하다며 공개 비판했다. 자신이 보유한 기업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약속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샤웁 청장은 "자산 매각이 대통령이 치러야 할 지나치게 큰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해충돌 막으려면 반드시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 2주일 이내에 공석 중인 대법관을 지명할 것이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하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납세 내역을 공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자들만 궁금해한다. 국민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공개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고율 국경세 부과" 재확인
트럼프 당선자는 고율의 국경세를 부과할 것임을 천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트럼프 당선자의 이 같은 국경세는 강달러를 조장해 신흥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두는 것이 맞다"며 노동력이 비교적 저렴한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들은 "마치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와 같다"고 비교했다. 그는 "기업들이 공장을 옮기고 싶다면 어디든지 옮길 수 있다. 다만 미국 국경 안이면 된다"고 강조한 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에는 아주 높은 국경세만이 방법"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이와 같은 정책은 미국 의회에서 법안 개정작업이 이뤄져야 되고 또한 세계무역기구(WTO)가 제한하고 있는 간접세에 해당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그러나 트럼프의 확고한 뜻대로 만약 시행된다면 이머징마켓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수입제품에 대해 고율의 세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이머징마켓을 비롯한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재무상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달러가 오르면서 이머징국가들의 자국 통화가치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간스탠리의 전략가인 토드 캐스타그노는 "트럼프의 재정부양정책과 국경세 부과 등 공약을 외환시장이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간스탠리는 만약 국경세가 약 20% 부과되면 미국 달러 가치는 10~15% 정도 절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캐스타그노는 "만약 외환시장에서 이 충격을 완전히 상쇄하지 못한다면 이 정책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과 달러화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sjmary@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