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부정비리대학 재정지원제한 정책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 보다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사립대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19일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부정비리대학에 대한 감점 비율을 높이고 또 입시·학사 관련 부정비리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2년간 수혜를 제한한다. 형사 판결 확정 이전이더라도 사업비 지급이 중단·환수된다. 재정지원사업 신청 단계부터 부정·비리 확인서를 제출해 페널티를 주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작 사업비 중단의 피해는 학생들이 떠안게 됐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정·비리는 학교의 총장이나 고위 관계자들이 저지르는데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되면 피해는 학생들이 입게 된다"면서 "부정·비리는 당사자들에 형사처벌 강화나 물러나게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단에 지원된 사업비의 경우 부정·비리로 인해 끊기게 되면 소속된 학생 전체에 대한 지원이 끊겨버리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
특히 실제로 대부분의 사립대가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과 사립전문대의 44.5%인 125교가 설립 이후 한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이화여대의 경우 처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감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교연 관계자는 "1년에 종합감사를 받는 사립대가 4~5곳 뿐일 정도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회계부문에 대한 감사가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입시나 학사 부문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못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학들은 부정비리대학 감점의 소급적용 시점에 대해 촉각을 곤두 세운다. 매뉴얼에는 '최근 1년 이내 부정비리 사항을 검토·반영하되 필요한 경우 사업별 반영기간 연장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서울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이화여대가 이번 매뉴얼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유라의 입학은 '최근 1년'을 넘어선 시기"라며 "어느 지점까지 소급적용을 할 것인지 나와 있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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