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의 연설은 채 20분이 되지 않았다. 연설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재선 취임 연설은 135단어에 불과했다. 시간으로는 2분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든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국민 통합'의 메시지보다는 선거 당시 백인과 서민 계층을 열광시켰던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 행사에서 "2017년 1월 20일은 국민이 미국의 지도자가 되는 날"이라며 "오늘의 취임식은 워싱턴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일부 권력자들은 그들의 힘 때문에 정치인은 부자가 됐고, 권력을 사용했지만 시민은 어려워졌다"고 말하며 "앞으로 모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지금이 순간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외된 사람들은 더이상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미국 도시, 바다, 산에서 당신들은 결코 다신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대선 승리로 이끈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특히 "미국에선 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며 향후 이민자에 대한 강경 노선도 예고했다.
이어 그는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연설의 마지막 단어도 그의 대선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였다.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통해 미국 경제를 복원하겠다는 그의 대선 공약을 재차 천명한 셈이다.
그는 "보호주의는 강한 번영으로 이끌 것"이라며 "새로운 부로 공항, 터널, 철도를 만들고,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방위비를 언급하며 미국의 고립주의 노선도 재확인했다. '세계의 경찰' 역할보다는 방위비를 아껴 미국의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기존 대선 공약을 확고히 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국가와 우정을 원하지만, 각국은 자신의 국익을 먼저 챙겨야 한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를 수호했지만 우리나라는 수호하지 못했다.
수조달러를 해외에서 쓰지만, 미국의 인프라는 엉망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취임 행사에는 약 90여만명의 인파가 국회의사당을 찾아 새로운 대통령의 등장을 함께 축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새 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봤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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