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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퇴직연금, 고객이 운용하는 'DC형' 중심으로 성장

저금리에 가입자 스스로 관리.. 시장 중심 DC.IRP로 이동

은행권의 퇴직연금 시장이 확정기여형(DC형)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도 회사에 자산 운용을 맡기기보다는 스스로가 적립금을 관리하기에 나선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시장의 중심이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등으로 이동함에 따라 여기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 우리, KB국민, KEB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46조3378억원으로 1년 새 5조6193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가장 적립금을 많이 늘린 사업자는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1조9196억원의 적립금을 늘린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 잔액이 14조105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적립금 기준 6년연속 1위를 유지했다.

KB국민은행은 10조9518억원에서 12조5423억원으로 1조5905억원 늘렸으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각각 1조1297억원, 9705억원 증가했다.

특히 DC형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기업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확정급여형(DB형)은 전년 대비 2조6581억원 늘어난 25조2683억원, 개인이 운용 방식을 선택하는 DC형은 2조3738억원 늘어난 14조716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DB형과 DC형의 전체 규모가 10조원 이상 차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DC형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의 경우 DC형의 증가액(7968억원)이 DB형(6030억원)을 앞질렀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DC형 규모를 전년 대비 20% 이상 늘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DB형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DC형 적립은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DC형과 IRP 비중이 높아지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고객관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 은행에서도 기존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DB형과 새로 성장하는 DC형.IRP에 맞는 상품 전략을 각각 구사하면서 고객을 모으고 있다. DB형은 고객맞춤형 펀드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DC형이나 IRP는 기본수익률을 보장하는 주가연계펀드(ELF)나 모델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들 은행의 지난해 DC형 수익률은 1.41~1.63%로 DB형(1.40~1.50%)에 비해 소폭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DC형의 경우 원금 손실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 있는데다 개인이 직접 운용설정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각 시중은행들은 이에 착안해 정보제공, 운용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퇴직연금 고객 관리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확보했으며 올해는 가입자들이 제도나 상품 운용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전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재직중인 근로자가 대부분인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디지털.모바일을 통한 업무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