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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북극성 2형

사회주의 국가들은 보통 정치적 상징조작을 적극 활용한다. 북한 세습정권이 하듯이 감성적 측면에 호소해 독재권력을 정당화하는 상징조작을 '미란다'라고 한다.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이라고 한다든가, 그의 아들인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날 때 광명성(북극성)이 떠올랐다고 선전해온 게 단적인 사례다.

북한이 12일 중장거리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현지지도 속에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이 미사일을 '북극성 2형'이라고 소개했다. 2015년부터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수차례 발사하면서 이를 '북극성 1호'로 명명했다. 당시엔 미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란 분석도 제기됐다. 미 최초의 SLBM 이름이 '폴라리스(북극성)'라는 점에서다.

북한 관영매체들의 선전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력한 핵공격수단이 또 하나 탄생했다"는 김정은의 자랑이 허풍만은 아닐 것 같다. 군 당국은 중거리미사일인 무수단급의 개량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대로 신형 대출력고체발동기를 장착했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도 머잖다는 뜻이다.

더욱이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해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 시험을 했다니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가 2020년에나 도입할 '킬체인'이 무력화될 수 있어서다. 발사 기미를 탐지할 겨를도 없는데 무슨 수로 발사 원점을 타격하겠나. 특히 미사일의 낙하속도가 빨라지는 '고각(高角) 발사'에 성공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현재 한.미가 보유한 패트리엇 PAC-2.3 미사일로는 요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의 당위성이 커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번에 일각의 관측처럼 미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간보는' 차원에서 잽을 날린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한.미 양국에 '카운터블로'를 날릴 능력이 있음을 '시위'한 셈이니…. 북한의 도발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한가하기만 한 분위기가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사드 배치를 지지해야 한다"(유승민 의원)는 정도 이외에는 어느 대선주자도 실질적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