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경찰청·fn공동기획 외국인 200만명 '공생'의 시대로] “외국인 편견이 막연한 범죄 두려움 낳아”

(3) 외국인 밀집지역 주민들 체감안전도
프랑스인 많은 서래마을 주민들의 체감안전도 중국계 많은 안산보다 높아
출신국가.직업 등 편견 작용
외국인범죄 대부분 경범죄.. 내국인보다 비율 훨씬 적어
외국인에 대한 인식변화 시급

[경찰청·fn공동기획 외국인 200만명 '공생'의 시대로] “외국인 편견이 막연한 범죄 두려움 낳아”
프랑스 출신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주민들의 체감안전도가 경기 안산 주민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외국인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나아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들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초질서 위반 외국인이 문제…"일부 강력범죄, 제노포비아 확산"

13일 강소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경찰청 의뢰로 수행한 '외사치안안전구역 체감안전도 측정모델 및 조사연구'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기초질서 위반이나 무질서 등이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범죄로부터 불안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외국인의 주취소란이나 빈번한 기초질서 위반행위는 범죄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고 이에 대한 염려가 범죄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범죄의 대다수는 경범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외국인범죄 총 4만3764건 중 음주.무면허운전 등 교통범죄가 1만1698건(26.7%), 단순폭행 등 폭력이 1만98건(23.1%)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지능범죄 5093건, 절도 3026건, 성폭력 646건, 도박 645건, 살인 107건, 강도 98건 등이었다.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도 내국인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지난해 외국인범죄율은 2.14%로 내국인범죄율 3.9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외국인들이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는 이유는 준법의식과 도덕관념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다. 외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주민은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노상방뇨를 자주 하는 등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외국인 경범죄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생기고 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막연한 불안감을 조장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한국인에 의한 범죄보다 훨씬 적은 비율을 차지하는 외국인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편견이 체감안전도에 작용하고 있다"며 "일부 강력범죄가 기본적으로 편견을 갖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제노포비아를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들도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지역별 체감안전도다. 지난해 대림동과 서울 이태원, 서래마을, 안산시 원곡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 주민 6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원곡동(2.4점)의 체감안전도가 가장 낮고 서래마을(3.0점)과 이태원(2.9점)의 체감안전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체감안전도 척도의 중앙치는 3.0점이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확인하기 위해 거주지역에서 범죄의 목표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원곡동(3.6점)과 대림동(3.6점)이 이태원(3.2점)과 서래마을(3.2점)보다 높았다. 무질서 정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서래마을(3.1점)이 이태원(3.6점), 원곡동(3.7점), 대림동(3.8점)에 비해 무질서 수준이 낮다고 인식했다.

지역별 체감안전도가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의 출신 국가나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등 아시아계 외국인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갖고 있고 미국이나 선진국 또는 경제적 수준이 높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원곡동과 대림동은 중국계 공단 근로자들이 많은 반면 이태원은 백인, 이슬람권, 아프리카 출신들이 많은 편이다. 직업도 강사나 요리사 등 경제적 수준이 높은 외국인들이 많다.

서래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서래마을 체류 외국인 550명 중 60~70%는 프랑스인이다.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10%이며 나머지는 일본인, 중국인들이다.
프랑스학교와 영국학교 등 외국인을 위한 학교도 있고 한불음악축제와 서리풀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도 열려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리고 있다.

서래마을 체류 외국인들의 주민센터인 서래 글로벌 빌리지 센터 관계자는 "서래마을에는 한국에서 정착하려는 사람들 보다는 일 때문에 발령을 받아 오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주민들과 서로 편견 없이 지내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 서래마을 주민은 "외국인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다"며 "다만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외국인의 토막 살인사건 등으로 인해 좋지 않은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