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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대선후보’의 부재, 범보수 진영의 고민

한국당, 인명진만 돋보여.. 바른정당도 5%대 지지율

범보수 진영이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탄핵정국 이후 야권주자들이 대선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행보가 대중으로부터 크게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고집스러운 리더십' 때문에, 바른정당은 능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로 지지율 답보상태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대선 주자보다 돋보이려는 '인명진 리더십'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곤두박질치던 당 지지율이 어느정도 회복됐다. 그러나 인 위원장 스스로 너무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려다 보니 "본인의 권력쟁취에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내 대선주자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가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안상수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원유철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과 함께 네명의 대선 경선주자를 배출했다. 이외에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거론되는 후보만 10명 이상이다. 군소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지율은 여론조사 대상에 오르지도 못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당내 대선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당의 일정과 주요현안 논의에 인 위원장이 너무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당명개정에서 본인이 제안한 '보수의 힘'이 채택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또, 대선후보 영입과 관련해서도 입김을 강하게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인 위원장을 두고 "충청도 특유의 똥배짱이 있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당 지지율 하락으로 시험대 오른 '정병국 리더십'

바른정당은 창당 한 달 만에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있다. 바른정당 지지율은 창당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5%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원내 32석을 가진 바른정당이 6석의 정의당 보다도 지지율이 낮게 나와 당내 의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당내 대선주자들 마저 미미한 존재감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3% 내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은 1%대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의 리더십 부재에 화살이 쏠리고 있다. 지지율 제고가 급선무인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바른정당은 보수 이미지는 자유한국당에 밀리고, 개혁정책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밀리며 명확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연 확장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추가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합류할 것으로 여겨졌던 의원들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이미 잔류의사를 밝혔다.


바른정당 대선기획단은 결국 당 지도부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김용태 대선기획단장은 지난 19일 "지지율 원상복귀를 하지 못하면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정병국 대표도 "책임질게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며 사퇴할 각오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