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조창원 특파원】중국내 법인세율 인하가 무산됐다.
중국 주요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를 강력 요구하면서 기존 25%에 달하던 세율이 22%로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핵심 세수원인 법인세를 기존대로 유지키로 한 것이다.
26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주요 기업들의 법인세 세율을 기존 25%에서 유지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24일 법인세법 수정안 심의 때 법인세율을 변경하지 않았다. 이날 수정안은 기업의 자선참여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기업의 세부담를 완화하는 데 무게를 둔 게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재정부 세정사 장톈리 부사장은 미국의 법인세인하 움직임에 대한 대응 관련 질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내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를 강력 제기하면서 기존 25%에서 22%선으로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25%선을 유지키로 하면서 중국 정부와 기업들간 세부담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법인세 25%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반 기업에 법인세율 25%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 공인 첨단기업과 소기업에 대해서만 각각 15%와 20%의 우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기업 영업세를 부가가치세로 바꾸는 세제 개혁을 통해 기업의 세 부담을 5천억 위안(약 84조2000억 원)이 경감됐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요구해온 법인세율 인하까지 단행할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들의 법인세에 대한 체감은 중국 정부와 전혀 다르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에 유리를 납품하는 중국 푸야오 글라스의 차오더왕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세금 부담이 중국보다 훨씬 적다며 감세 논쟁을 촉발한 바 있다. 음료 대기업인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 회장도 기업 세금 항목이 지나치게 많다면서 세금인하 움직임에 가세했다.
법인세에 대한 체감 역시 중국정부와 기업간 차이가 크다.
중국 정부는 일단 중국 법인세률 25%가 세계적으로 중간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22%로 내려야 할 만큼 과도한 부담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이다. 베이징의 유니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각종 부과금 등이 우후죽순 추가되면서 사실상 기업들이 부담하는 실제 법인세율은 지방에 따라 40%를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전망을 둘러싸고 중국 정부와 기업이 느끼는 세제정책 기대감도 큰 시각차를 보일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위축 속에서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사회복지 지출을 위해 안정적 재정 수입원 확보가 절실하다. 2대 세수입원인 법인세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법인세를 낮추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력 악화와 폐업으로 인해 거시경제에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법인세 조기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내 법인세 유지에 따라 기업들의 향후 반응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내 법인세 인하 움직임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건비 상승에다 법인세마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중국내 자국 기업들의 반발도 거세다. 중국 당국의 법인세 유지 결정이 기업들의 해외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