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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 제정 1년 ‘허송세월’ 여야 이견에 인권재단 출범 지연

통일부 북한인권과 신설 성과.. 인권재단 상근이사 놓고 대립
구체적 사업계획도 아직 없어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국제협약이 금지한 대량살상무기(WMD)인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3일 우리나라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지 1년을 맞는다.

그동안 통일부에 북한인권과가 신설되고 외교부에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임명되는 등 성과도 있었으나 법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은 1년째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통일부는 재단 인사 추천을 미루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여러번 추천을 독촉했지만 더민주가 이에 응하지 않아 법 이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권재단이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직접적으로 개선하기엔 한계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통일부는 국회에 4차례 공문을 보내 재단이사 추천을 독촉했지만 민주당에서 추천을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인권 관련 실태조사.연구, 정책대안 개발, 시민단체 지원 등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는 재단이 아직 출범을 못해 북한인권법 이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국회의 조기추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단 출범이 차질을 빚는 것은 상근 이사직을 놓고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 이사진은 총 12명으로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10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이 가운데 상근 이사직은 이사장과 사무총장 두 자리다. 민주당은 이중 야당 몫으로 1명을 보장해달라며 명단 제출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자유한국당(5명)과 국민의당(1명)은 이사 추천 명단을 국회 의사국에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4명)은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어야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야당으로서는 인도적 지원 등 경제적 수단을 통한 북한 주민 교화와 인권 증진 시도를 병행하려는 생각일 것"이라면서 "정권이 바뀌고 추진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재단이 출범하더라도 정부 말처럼 북한 일반주민 인권 증진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재단이 북한 주민의 직접적 인권개선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외부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증진하고, 국제적 가치에 대해 알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구체적 사업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외부정보 유입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거론되는 전단지 살포는 북한인권법 통과 과정에서 예산 지원을 배제하도록 정치권에서 협의했고, 방송이나 확성기를 통한 정보 전달도 합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