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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뀌었다고 주장도 뒤집어.. 국회선진화법 달라진 여야 입장

野 “국회의 양심” → “식물국회 보다 동물국회가 낫다”
與 “식물국회 만든다” → “국회법 손대는것 옳지 않다”
전기톱 등장 못볼꼴 사라져.. 법안통과 올스톱 숙제 남겨
여야 태도 돌변 비판 목소리

입장 바뀌었다고 주장도 뒤집어.. 국회선진화법 달라진 여야 입장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몸싸움방지법)이 통과된 이후 '최루탄', '쇠사슬', '전기톱'까지 등장하며 후진적인 행태를 보였던 국회 모습은 크게 개선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야 합의 없이 다수로 입법을 밀어붙이던 관행을 금지시키자 폭력사태는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또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법안 통과 절차가 까다로워지다보니 여러 쟁점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국회에 머물러있게 돼버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지난 19대 국회 법안처리율은 43.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대 국회 역시 지난해 6월 개원 이후 제대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해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폭력을 막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오히려 국회를 '올스톱'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5일 국회선진화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특검연장법 등 여러 개혁입법 통과가 좌절된 야권을 중심으로 개정에 적극 나서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최근 여야의 목소리는 입법 당시인 지난 2012년이나 19대 국회 때와는 사뭇 다르다. 20대 국회들어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자 여야의 '공수'는 뒤바뀌었다. 특히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정국 이후 정권교체의 가능성까지 커지자 국회선진화법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이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가로막힐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야권은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고 밀어붙였던 때와는 입장이 달라졌다.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의 마지막 양심"이라며 "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국회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19대 국회까지만 해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선진화법은 '동네북'이 아니다"면서 개정 움직임을 보이던 여당을 비판했다.

20대 국회에서 상황이 변하자 국회선진화법을 대하는 당의 입장도 바뀌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는 마비상태이고 재앙이다"고 성토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역시 "식물국회보다 차라리 동물국회가 나을 수도 있겠다"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자유한국당도 국회선진화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다수당이던 지난 19대 국회 때는 선진화법 개정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20대 국회에 들어서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야권의 국회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을 가리켜 "공수가 바뀌었다해서 함부로 국회법에 손대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회법에 대해선 최대한 존중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당 내부에서 국회선진화법에 큰 불만을 표했다. 당시 국회선진화법이 수정안의 수정안을 거쳐 간신히 통과된 이유도 이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우리 정치현실에 맞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가장 먼저 '식물국회론' 문제를 제기해 국회선진화법 처리를 반대했다.

19대 국회에서는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위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회선진화법을 두고 뒤바뀌는 여야의 입장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서 법을 시도 때도 없이 바꾸자고 하는 것은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 교수는 "정당이 여당과 야당을 번갈아가며 해보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접점을 찾을 수 있다. 2020년 이후 개정을 생각하고 어떻게 변화시킬지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