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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청춘백서] ‘젊은 꼰대’ 등장.. 도대체 넌 누구냐?

[新 청춘백서] ‘젊은 꼰대’ 등장.. 도대체 넌 누구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꼰대’

은어로 ‘늙은이’ 혹은 ‘선생님’을 뜻합니다. 흔히 중년, 노년 등 기성세대를 지칭하죠. 하지만 이것도 옛말인듯합니다. 최근에 ‘젊은 꼰대’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줄여서 ‘젊꼰’이라 불리는 이들은 꼰대질을 하는 어린 세대를 말합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군기가 빠져있네?’,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등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일반화해서 아랫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꼰대질. 없어져야 할 사회적인 악습이 젊은 세대까지 전파가 된 것입니다.

조금 일찍 태어났다고,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했다고 후배를 무시하는 행태들. 내세울 게 나이 밖에 없는지 ‘똥군기’를 강요하는 그들을 보면 꼰대질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新 청춘백서] ‘젊은 꼰대’ 등장.. 도대체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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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의 ‘젊은 꼰대’.. “이것도 못 마셔?”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A(21)씨. 신입생 환영회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A씨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데 선배들이 술을 강요했다”며 “신입생이 이것도 못 마시면 앞으로 과 생활하기 힘들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한 선배는 “선배들 사이사이에 앉아 술도 따르고 이야기도 들으라”며 “자리를 옮겨가며 수발을 하라”고 지적까지 했습니다.

A씨는 “선후배가 한데 어울려 대화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지만 굳이 그들의 기준에 맞게 복종해야 하냐”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15학번 B(22)씨는 2년 전 MT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합니다. 그는 “남자가 여장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선배들이 시켰다”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출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자 선배들이 화장을 해주며 치마도 입혔다”며 “옆에서 지켜보는 남자 선배들은 놀리며 웃었다”고 밝혔습니다.

선배들이 여장을 하는 모습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전부터 꾸준히 해왔고, 재미가 있어 전통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나도 했기 때문에 너도 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전형적인 꼰대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학번이라는 굴레에 갇혀 악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B씨는 “화장을 지울 때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아 세수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며 “재미를 위해 조롱거리가 됐다”고 씁쓸해 했습니다.

복학생 C(25)씨도 MT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그는 “신입생 때 선배들이 군대처럼 훈련시켰다”며 “선착순 달리기, 남학생이 여학생 업고 달리기, 남학생 등에 여학생이 앉은 상태에서 팔굽혀펴기 등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선배들이 군대식 체험을 시키며 했던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C씨는 “선배들이 남자들은 군대 가면 더 힘들고 괴롭다”며 “다, 나, 까 등 군대식 말투까지 강요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습니다.

[新 청춘백서] ‘젊은 꼰대’ 등장.. 도대체 넌 누구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의 ‘젊은 꼰대’.. “이것 밖에 못해?”

직장인 2년차 D(33)씨는 입사 초기 아찔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삼수 끝에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 그는 바로 위 기수 선배들과의 대면식에서 호되게 질책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대면식 날 같은 테이블에 고등학교 1년 후배가 있어 반가움을 표시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D씨보다 회사에 먼저 입사한 한 기수 높은 선배였던 것입니다.

D씨는 “반가움에 인사하고 악수를 청했는데 거부당했다”며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는 꾸지람까지 당했습니다. 그 후 선배는 D씨에게 반말은 기본이며 종종 폭언도 했습니다. 또한, 복사하기, 커피 사 오기 등 잔심부름까지 시켰습니다.

D씨는 “기수 문화가 있어 선배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종처럼 부리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이어 “선배라고 무작정 시키고 후배를 심심풀이 샌드백처럼 생각하는 것에 열받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직장인 5년차 E(32)씨는 같은 부서 선배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둘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부서 특성상 야근이 잦은데 모 선배와 같이 야근하는 날이면 일은 하지 않고 놀다가 업무보고할 때 본인이 다 한 것처럼 가로채서 상사에게 보고하기 때문입니다.

E씨는 “선배는 일을 저에게 다 시키고 업무를 마무리할 때쯤 나타난다”며 “모든 공적을 본인 것으로 만드는 것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선배는 본인의 행동이 꼰대질 인지 모르고 당당하게 행동한다”며 “직장 내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꼰대 문화에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이것 밖에 못해?”라며 잔소리까지 하니 답답할 뿐입니다. 죽 써서 개 준 꼴입니다.

E씨가 더 참을 수 없는 사실은 상사들은 문제의 선배를 인정하고 더 높은 직급을 부여하고 법인카드까지 지급하는 등 능력 있는 인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끼리끼리 노는 모습을 보면 기가 차고 자괴감까지 듭니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신입사원 채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은 1년 내 퇴사했습니다. 퇴사의 주된 이유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절반가량 차지했습니다. 수직적 조직 문화에 대해 거부감이 큰 것입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75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꼰대’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재직 중인 회사에 ‘꼰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직장인들은 “내 말대로 해” 답정너 스타일을 1위를 꼽았습니다.
권위를 내세우며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최고의 꼰대라고 본 것입니다.

굳이 배울 필요가 없는 꼰대 문화를 배운 ‘젊은 꼰대’들. 권위주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서열 문화를 인정하는 부조리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수직적 관계에서 형성된 ‘똥군기’를 통해 그들은 무엇을 얻으려고 반복하는 것일까요?

이젠 스스로를 한번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당신은 젊은 꼰대입니까?”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