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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쓰] 동물원은 누구를 위한 낙원인가?

[논란쓰] 동물원은 누구를 위한 낙원인가?
재규어가 동물원 우리에 갇혀 생활하고 있다./Getty Images Bank

돌고래쇼, 범고래쇼, 코끼리쇼, 담배 피우는 침팬지, 피 흘리는 판다, 이상행동 보이는 동물들..

지난 2012년 서울대공원의 인기 콘텐츠였던 돌고래쇼가 폐지됐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2013~2014년 경기 고양시 테마동물원 쥬쥬가 수차례 행한 동물학대를 고발했죠. 이 동물원은 허위사실이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습니다. 2015년 야심차게 개장한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는 북극 돌고래 벨루가가 폐사했습니다. 잊힐만하면 동물학대 소식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동물원의 동물은 행복할까?’라는 질문은 이제 세계적인 의제가 됐습니다.

환경전문매체 마더 네이처 네트워크는 지난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 6곳을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평양 중앙동물원, 팔레스타인 가자 동물원, 이집트 카이로 기자 동물원, 인도 뭄바이 동물원, 알바니아 티라나 동물원, 아프가니스탄 카불 동물원이 뽑혔었죠.

평양 중앙동물원은 맹수들을 싸우게 한 동영상으로 유명합니다. 카불 동물원은 군인들이 동물을 학살해 문제가 됐고, 가자 동물원은 굶어 죽은 얼룩말 대신 당나귀에 얼룩무늬를 그려 논란을 일으켰죠. 다른 동물원도 집단 도살, 좁은 사육 공간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습니다.

동물원의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니 ‘동물원은 필요한가’라는 논쟁이 따라옵니다.

[논란쓰] 동물원은 누구를 위한 낙원인가?
세계의 돌고래쇼는 동물학대 논란이 일자 폐지되는 추세다./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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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쇼는 여러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에서 인기 높은 콘텐츠다./Getty Images Bank

■동물원의 역사와 역할

근대 동물원의 효시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쇤부른 동물원(1752년 개장)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지아 왕비를 위해 세워졌습니다. 동물보호와는 상관없었죠. 강력한 왕권의 상징이자 유희의 공간이었습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동물원은 여러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교육 기능입니다. 동물원은 박물관의 일종이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생태지식과 생명존중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음은 동물보호 및 연구 기능입니다. 유럽들소, 프세발스키 말, 하와이기러기 등은 동물원의 노력으로 멸종 직전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동물들입니다. 중국이 원 서식지인 사슴 사불상은 중국 내에서 멸종됐지만 영국 베드퍼드 공작령에서 번식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의 동물원에 보내져 약 10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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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노력으로 개체 증식에 성공한 사불상./Getty Images Bank

마지막으로 레크리에이션 기능입니다.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쇤부른 동물원의 유희적 기능이 대중에게 풀린 셈입니다. 스트레스가 높은 도시 문명 속에서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마주해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찾은 동물원에서의 추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동물원 방문기를 찾아보면 ‘즐거웠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동물원의 지나친 상업화

이런 긍정적인 기능에도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줄지 않습니다. 그 중심에 동물원의 상업화가 있습니다. ‘동물쇼’가 대표적입니다. 2019년까지 미국 씨월드의 범고래쇼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국내도 돌고래쇼 및 동물쇼가 폐지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동부산관광단지에 다시 돌고래쇼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동물원을 유지하려면 ‘이윤’이 필요합니다. 이윤을 높이기 위해 재미있는 콘텐츠가 필요하고 통상적인 방법이 바로 공연이었던 것이죠. 스스로도 어렸을 때 과천 서울대공원을 가면 돌고래쇼를 보고 싶었고, 에버랜드를 가면 사파리나 물개쇼를 보고 싶어 했습니다. 동물원이 쇼를 버릴 수 없었던 건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30대 부모 A씨는 “아이가 사자를 보고 싶어 하면 사자가 있는 동물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귀한 동물을 보유한 동물원을 더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B씨는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수익을 메우는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되물었고, 고등학생 C씨는 “외국은 동물원도 기부 문화가 잘 돼있다고 들었다. 장기적으로 의식이 변화해야 하는 문제지만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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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는 관람객들에 의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표적 동물이다./Getty Images Bank

■일상으로 넘기는 관람객들의 ‘갑질’

동물학대의 주체가 꼭 동물원 측인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2일 튀니지의 벨베데레 동물원에서 관람객이 던진 돌에 맞은 악어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자는 동물을 깨운답시고 유리를 두드리거나 소리 지르는 건 예사입니다. 원숭이에게 일반 과자를 던져 줘 영양 불균형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히 에티켓이 없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으로 치면 모르는 사람이 집 앞에 찾아와 현관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소리 지르는 셈입니다. 층간소음만으로도 시비 붙기가 일수인데 동물들이라고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동물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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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은 존재해야하나 폐지해야하나./조재형 기자

■동물원은 유지돼야 하나, 폐지돼야 하나

동물원의 동물은 행복할까요? 자연을 재현했지만 동물원은 자연보다 못한 공간입니다. 중소규모 동물원은 철창에서 동물을 사육하기도 합니다. 동물이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반면 동물원 폐지는 이상향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삶의 터전이 이미 파괴돼 자연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동물도 있고, 동물원의 순기능도 중요하다는 관점입니다. 이들은 북미나 유럽의 선진 동물원을 따라 동물 복지를 높이자고 주장합니다.

동물원의 존폐 논쟁,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