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몰고 올 위험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고했다. 그는 지금 당장 위험이 불어닥치지는 않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과 그의 정책이 몰고올 위험에 대한 과소평가가 조만간 시장에 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비관론자로, 경제분석 업체 루비니 매크로 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루비니 교수는 18일(현지시간)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시장이 트럼프 정책의 긍정적인 측면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면서 "인프라, 경기부양, 규제완화, 감세 등 트럼프가 추진하는 방안 가운데 실제로 실행되는 것은 훨씬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반면 위험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니는 "시장은 미 보호주의 정책이 무역전쟁을 부를 수 있고, 이민 제한이 노동공급 둔화를 부를 것이며, 기업부문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결국 부정적 결과를 낼 것이라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정책조합이 몰고 올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루비니는 트럼프의 재정정책을 동원한 경기부양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고삐를 당기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금리 상승과 달러가치 상승을 불러 "시간이 갈수록 미 경제를 취약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트럼프 취임 이후 강화된 자신감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루비니는 "앞으로 6~12개월 동안은 아마도 긍정적 요인들이 지배적일 것"이라면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소비자와 기업의 자신감 형성, 일부 정책 대응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미 경제는 성장하고, 이같은 긍정적 요인들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몰려오는 먹구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루비니는 경고했다.
그는 "무역 갈등이 고조될수록 이민 규제가 강화될테고, 경기부양이 과도할수록 완전고용 경제에서 연준의 통화긴축을 더 깊고, 빠르게 만들 것"이라면서 "이같은 부정적 요소들 가운데 일부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테고, 시간이 갈수록 경제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는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그는 최근 경착륙 우려를 딛고 성장률이 안정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경제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이게 중국 정부의 신용확대를 통한 땜질 처방에 따른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험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비니는 "이는 악성부채, 악성자산, 레버리지, 과다설비 문제가 악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위험을 지연시키는) 깡통차기로 단기적으로만 성장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정치적 전환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는 안정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지금 해결하지 않은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더 악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니는 "개혁은 정체됐고, 구조조정 특히 금융시스템의 국영기업 구조조정 역시 정체됐다"면서 "이는 미래의 위험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의 이같은 비관론은 최근 연준을 포함한 대다수 전문가들의 낙관과 대조적인 것이다.
연준은 15일 미 경기회복세가 궤도에 진입했고, 세계 경제 역시 미 경제에 충격을 줄만큼 불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앞으로도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 역시 추가 경기부양은 중단할 뜻임을 밝히고 있고, 시장에는 미국발 세계 경제 훈풍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