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의 향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야권으로 기울어진 대선구도에서 호남의 선택이 곧 전체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호남 민심은 아직 어디로도 향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대세론을 형성 중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율 선두를 보이지만 문 전 대표를 전략적 선택의 대상으로 삼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민심으로는 민주당 주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았지만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다시금 제1야당의 입지를 굳혔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국민의당은 지난 2015년 말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사태 이후 높은 지지도를 보였지만 지난해 6월께 민주당에 역전당했고 최순실게이트를 거치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원내 1당 민주당이 탄핵정국을 리드하면서 촛불민심을 많이 흡수한 셈이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의 단초가 됐고 의석수 차이가 큰 민주당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소외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특히 촛불민심이 폭발한 11월 말 탄핵을 두고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국 주도권을 빼앗겨 지지층이 대거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팽배했던 호남 내 반문 정서가 완화된 것도 한몫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도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것이다.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민의 목표는 정권교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몰표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반문 정서가 여전한 데다 지역구 의석을 독점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조직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핵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적폐청산뿐 아니라 국민통합, 미래비전 등으로 담론이 옮겨가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고 봤다.
유용화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아직까진 대선구도가 안 잡혔다. 역대 대선에서도 한 달을 남기고 구도가 잡히면서 변화가 시작됐다"며 각 당의 후보선출 이후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이라는 담론 중 어떤 게 우세해지느냐, '문재인 대 비문재인' 구도가 형성되느냐 등에 따라 판세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탄핵 여파로 호남 내 진보성향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보다 파괴력이 약하다. 호남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라며 "반면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호감이 여전히 존재한다.
호남의 최종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배 본부장은 최근 문 전 대표 측의 '부산대통령론' '전두환 표창장 발언' 등을 두고 "5.18과 호남홀대론은 호남 민심을 흔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이슈다.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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