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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회고록 "10·26 직후 최태민 군부대에 격리"

"박근혜 대통령직 수행 어렵다 판단"

전두환 회고록 "10·26 직후 최태민 군부대에 격리"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다음주 초 발간될 '전두환 회고록'(사진)에서 10·26 사건(1979년) 직후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1912~1994년)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 조치했다고 밝혀, 항간에 떠돌았던 '최태민 강원도 격리설'이 사실임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약 40년간 '불편한 관계'가 된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나선 것이다.

30일 '전두환 회고록' 발췌본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10.26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애 근혜양과 함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주도해왔던 최태민씨를 상당시간 전방의 군부대에 격리시켜 놓았다"고 밝혔다. 또 최씨에 대해 "그때까지 (박)근혜양을 등에 업고 많은 물의를 빚어낸 바 있고, 그로 인해 생전의 박정희 대통령을 괴롭혀온 사실은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최태민씨가 더 이상 박정희 대통령 유족의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격리를 시켰다"고 기술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나의 이러한 조치가 근혜양의 뜻에는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그 뒤 최태민씨의 작용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국봉사단 등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10.26 이후 들어선 전두환 신군부가 최태민씨를 수사한 사실까지는 이미 알려졌으나 전 전 대통령이 이를 직접 밝히고 최태민씨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조치했다는 사실을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권도전 의지를 갖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박(근혜) 의원이 지닌 여건과 능력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박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고, 실패했을 경우 '아버지를 욕보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하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의 이러한 모든 선의의 조치와 충고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깝게 받아들여졌다면 나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재임시절 '박정희 지우기'에 나서는 등 배신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선 "'비판적 계승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배신했다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오히려 유족을 예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10.26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뭉칫돈'의 액수와 성격도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 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에서 9억5000만원의 현금과 수표를 발견했으며, 이 돈이 정부 공금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인자금이었다는 권숙정 비서실장 보좌관의 진술에 따라 전액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박 전 대통령이 이 중 3억5000만원을 10·26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9억원을 받아 3억원을 수사격려금으로 돌려준 것이 아니라 6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