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복장단속을 한다며 여학생들에게 성적 모욕성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학교와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학생지도부 소속 남자교사 4명은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단속한다며 여학생들만 체육관으로 불러모았다. 학생들은 갑작스런 소집이었던 탓에 체육관 바닥에 앉으라는 교사 지시에 무릎담요도 없이 치마 차림으로 앉아야 했다.
교사들은 치마 길이가 짧다며 여학생들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특히 A 교사는 “너희들이 계단 올라갈 때 어떤 줄 아느냐. 속옷 다 보인다”며 여학생들이 수치심을 느낄 법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장 진하고 치마 짧아 보호 못 받아"
게다가 A 교사는 “이전에 중학교 3학년이 성폭행을 당했는데 얼굴이나 화장 때문에 성인으로 보여 가해자가 미성년자 성폭행 가중처벌을 피해갈 뻔 했다가 당시 교복(치마)을 입고 있어 가중처벌을 받았다"며 "따라서 교복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화장이 진하고 치마가 짧으니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며 미성년자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마 길이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야 한다며 학교를 통해 교복을 공동구매한 학생에 한해서만 치마를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치마 길이를 줄이지 않은 학생들 치마도 무릎 아래까지는 내려오지 않는 상태였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학교 측은 교감이 나서 2학년 학생들을 불러모은 뒤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 29일에는 문제의 발언을 한 A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과했으나 관련 질문은 받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자리를 떠나면서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 “반교육적 발언”.. “추가조치 취할 것”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공현 활동가는 “복장 규제 자체가 일정한 품행을 요구하고 성별 규범을 담는 것이어서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해당 교사의 발언이 성희롱은 아니더라도 성차별적 발언은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이 진하고 치마가 짧으니 법적 보호를 못 받는게 당연하다’는 발언은 성폭력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반교육적인 발언인만큼 학교 차원에서 해당 교사 징계 등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교사가 자의적으로 정한 치마 길이를 정당화하고 본인이 선호하는 학생상을 강요하기 위해 성폭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례를 들었다. 해당 발언은 성희롱 여부를 떠나 성폭력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등 문제가 많다”며 “과거에도 복장 검사 과정에서 여학생들이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것 아닌가 싶은데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학교 측은 학생들이 학교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규정에 다소 엄격한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교사 및 학부모들과 협의를 통해 교칙을 개선할 예정"이라며 “학생지도부 교사 4명 뿐만 아니라 각 학년 부장급 교사들이 논의해 사과할 부분은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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