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스트리트] 편의점 씁쓸한 성장

편의점의 진화가 놀랍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24시간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빨랫감을 맡기고 택배도 보낸다. 공과금을 납부하거나 공문서 출력도 손쉽게 한다. 도시락과 작은 포장김치, 원두커피를 손에 든 채 귀가하는 직장인의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클래식이 흐르는 편의점'을 콘셉트로 한 편의점도 등장했다. 편의점 전성시대란 말이 헛말은 아니다.

최초의 편의점은 얼음공장에서 탄생했다. 대공황 직전인 1927년 미국 댈러스의 제빙회사 사우스랜드. 이곳 종업원이 얼음을 활용해 신선한 우유와 달걀 등을 팔기 시작하면서 편의점이라는 새 업종이 생겨났다. 애초 영업시간은 일반 소매점이 문을 닫는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였다. '세븐 일레븐'이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다. 24시간 체제로 바뀐 것은 한참 뒤였다.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들어온 것은 1989년 5월 서울 방이동에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이 문을 열면서다. 당시만 해도 편의점은 '비싼 24시간 슈퍼' 개념에 가까웠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술, 담배, 음료수 등을 살 수 있는 말 그대로 편의를 제공하는 슈퍼였다. 편의점은 30년도 채 안 돼 작은 백화점으로 변신하며 소비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6% 성장하며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2011년 10조원을 넘어선 뒤 5년 만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5%대에 이른다. 경기불황으로 백화점 업계가 매출 30조원 고지를 5년째 넘지 못하고, 모바일쇼핑에 밀려 매출이 3년째 뒷걸음친 대형마트와 달리 편의점만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수도 3만2611개로 3만개 시대를 열었다. 1~2인가구와 고령인구가 급속히 늘어 2030년까지 성장세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준비생, 공시족 등을 포함한 사실상 실업자가 450만명이다. 편의점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엔 '나홀로족'이 있다.
이들이 혼자 허기를 때우며 분노를 삭이는 아지트가 편의점이다. 언제부터인가 편의점이 비정규직, 최저임금 등을 연상시키는 억눌린 곳으로 인식이 변한 이유다. 그래서 뒷맛이 쓰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