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컴퓨터 케이블을 휴대전화 충전기로 오인, 연결했다가 견책 처분을 받은 군 장교가 법원에서 구제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육군사관학교 소속 장교 A씨가 지휘관인 육사 교장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10일 학교 사무실 내 업무용 컴퓨터에 연결된 케이블을 휴대전화 충전기 케이블로 착각해 자신의 스마트폰에 연결했다.
육군은 군사비밀 누설을 막기 위해 업무용 컴퓨터에 인가·등록되지 않은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A씨의 행위도 곧바로 군 전산망에서 감지돼 육군본부에 적발됐다. 육사는 A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에 불복해 참모총장에게 항고를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법원은 A장교에 대한 징계는 비행 정도에 비해 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단순히 충전을 위해 스마트폰을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비밀 누설 위험이 크지 않고 특히 군에서 외부 장치 접속 여부를 실시간 감시해 즉시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만큼 A씨의 행위로 비밀이 누설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위반자에 대한 처분을 고려할 때 평등 원칙에도 어긋나는 징계라고 지적했다.
육군참모총장은 A씨 행위가 발생하고 사흘 뒤 '단순 보안규정 위반자는 정식 징계 대신 보안벌점 부여나 성과금 제한 등의 조치를 하라'는 취지의 지휘서신을 각급 부대에 전달했다.
실제 육군본부는 같은해 2월 한달 동안 발생한 보안규정 위반자 가운데 단순히 충전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접속한 사람은 서면경고 후 보안벌점을 부과하도록 지시했다. 이후에는 아예 규정을 개정해 '컴퓨터에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행위'는 서면경고하게 했다.
재판부는 "A장교의 행위와 그로부터 며칠 뒤 참모총장의 지휘서신이 하달된 이후의 행위를 다르게 취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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