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비빔밥'과 요즘 한국 술문화를 대변하는 '폭탄주'는 우리 민족과 참 많이 닮아있다.
비빔밥은 콩나물, 무채, 시금치, 산나물 등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개별 재료가 슴슴하지만 강렬한 맛의 고추장과 참기름이 한데 어우러지면 놀랍도록 매력적이고 오묘한 음식으로 변신한다.
폭탄주는 어떤가. 비교적 알코올 도수가 약하고 밋밋한 술인 맥주에 독주인 소주나 양주 등이 일정 비율로 섞이면 아주 색다른 술이 탄생한다. 폭탄주를 만드는 사람마다 술을 섞는 비율이 제각각이다보니 그 맛도 변화무쌍하다. 이 두 가지 술이 대중적이지만 여기에 더해 다른 재료를 넣는 경우도 있다. 비빔밥과 폭탄주는 이 같은 촉매제를 중심으로 각종 재료들이 섞이면서 엄청난 미각적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화합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도 그랬다. 이웃 강대국의 침략이나 나라가 부도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쳐오면 항상 '애국심'이라는 촉매제를 중심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치고 섞여 이를 이겨냈다. 비빔밥과 폭탄주가 빚어내는 화합의 미학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놀라운 힘이다. 가깝게는 1997년 외환위기 때의 '금모으기 운동'이, 1950년 '6.25전쟁'과 일제 강점기 때는 이름 모를 학도병과 의병들의 희생이 그랬다.
반대로 우리 민족은 갈라졌을 때 늘 중차대한 위기를 맞곤 했다. 임진왜란 때는 동인과 서인으로, 조선 말에는 4색 당파 싸움에 몰두하면서 세계정세의 흐름을 타지 못했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과거에 버금가는 위기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이 문제가 아니다. 국민 전체가 '집단 마법'에 걸린 채 보수와 진보,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로 나뉘어 서로를 할퀴고 상처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위기의 진원지는 국민을 둘로 쪼갠 정치권이다.
5월 9일이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는다. 새 대통령은 정치권이 부추긴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보듬고 치유할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을 이간질시켜 편가르기를 하는 선동가가 아닌, 화합을 이끌고 더 넓은 미래상을 제시하는 리더가 간절히 필요한 까닭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집단 마법에서 깨어나 진정한 리더가 누구인지, 사악한 선동가가 누구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우리 국민은 화합의 아이콘인 비빔밥과 다양한 폭탄주를 만들어내고, 이를 즐기는 민족이다. 수천년 동안 위기 때면 늘 그래왔듯이 우리 국민 모두는 집단 마법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리더를 찾아내는 혜안을 되찾을 것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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