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사고 이후 내놓았던 여객선 안전관리 대책을 '참사 3주기'를 즈음해 점검해보니 상당수가 약속대로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대책의 경우 예산 장벽에 부딪혀 기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이름만 바꾼 것도 눈에 띄었다. 3주기를 몇 달 앞두고 시행된 것도 있었다.<관련기사 본보 2015년 4월15일, 2016년 4월10일>
1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선 정부가 2014년 9월2일 발표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 가운데 운항관리자의 해운조합 분리·독립은 운항관리자 소속을 해운조합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넘기면서 약속을 이행했다.
또 안전규정을 위반한 선사에 대해 과징금을 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카페리 등 여객과 화물 겸용 여객선의 선령도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했다.
여객선 안전관리 업무의 해수부 일원화, 화물 전산발권 전면도입 및 중량 계측, 선원제복착용, 선장자격요건 강화 등도 해운법 및 하위 법령 개정에 반영됐다.
지난해 7월부턴 안전관리책임자 제도와 선사 안전정보 공개, 여객선 이력관리제도를 시행했다. 선사는 승선이나 안전 업무 경력이 있는 안전관리 전문가를 안전관리 책임자로 의무 채용해야 하며 해양사고 이력, 여객선 이력 등 여객선 안전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선급(KR)이 독점권을 갖고 있던 정부선박검사(국내 중·대형 선박의 안전검사) 대행권은 지난해 12월29일부터 프랑스 선급법인 '뷰로베리타스(BV)'와 경쟁 체제로 변경됐다.
그러나 해수부는 여객전담 승무원제도의 경우 승객이 많을 때만 승무원 인원을 확대하도록 조치를 완화했다. 여객선 운영 업체가 인원을 추가 고용할 수 없을 만큼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라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2015년 6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선박준공영제는 사실상 기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제도는 낙도보조 항로와 취약 항로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항로는 안전관리 소홀, 선박 노후화, 선원 고령화 등 여객선 안전에 미흡할 우려가 때문에 해수부가 직접 노선 운영을 맡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수부는 기획재정부·민간TF 논의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그대로 운영을 계속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대신 민간업체에겐 결손보상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여객선 안전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매년 적자 운영되고 있는 여객선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100억원 규모다.
아울러 성수기에 운임요금을 더 받고 비수기에는 덜 받는 탄력운임제, 낙도보조 항로 최저가 입찰에서 가격 평가요소를 줄이는 방식 등으로 여객선 업자의 수익을 높여주기로 했다. 수익이 올라가면 안전관리도 강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다.
선박 현대화를 위해 선사가 새 여객선을 구입할 때 필요한 자금 일부를 정부가 연 2% 안팎의 낮은 이자로 빌려주고 선사는 운항 수익으로 매년 원금을 갚도록 하는 '선박공동투자제'는 정부와 선사가 부담을 나눠 갖는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로 대체했다.
예컨대 1000억원짜리 카페리나 초쾌속 여객선을 건조할 경우 500억원은 현대화 펀드에서 무이자로 빌리고 100억원은 선사부담, 400억원은 선박담보 대출로 충당하는 형식이다. 대출은 수익이 발생하면 선사가 돌려줘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0억원, 올해 250억원 등 35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며 최종 1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남 완도~제주를 운행하는 여객선사가 지난해 이 펀드를 이용, 선박 1척의 건조에 들어갔다. 국민들에게 선박 안전 지식을 전수하는 400억원 규모의 해양안전체험시설관은 2019년 경기도 안산과 전남 진도에 건립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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