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 ‘빠’가 ‘까’를 만든다

[기자수첩] ‘빠’가 ‘까’를 만든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팬이 많은 '엘롯기(엘지 트윈스.롯데 자이언츠.기아 타이거즈)'는 가장 안티 팬이 많은 구단으로 유명하다. 많은 팬 중에는 극성팬도 섞여 있다 보니 다른 야구팬들에게 뭇매를 맞는 것이다.

'빠(극성팬)'가 '까(안티팬)'를 만든다. 스포츠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말은 일부 극성팬들이 '우리 구단이 최고'라는 왜곡된 자부심을 갖고 인터넷상에서 애꿎은 다른 팬들을 공격해 팬 문화를 왜곡시켜 나타난 말이다.

그런데 이 문장은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도 적용되는 말이 되었다. 탄핵정국 이후 줄곧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유력 대선 후보 중 가장 탄탄하고 결속력이 좋은 지지층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지지층만큼 탄탄한 안티까지 갖게 됐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4월 7.8일 조사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 이상(32.1%)이 문 후보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서 안 후보가 19.5%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문 후보의 경우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답변도 16.8%에 달해 4.9%에 그친 안 후보와 큰 차이를 보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 후보에 대한 이런 '반문(반문재인)정서'에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만난 한 유권자가 반문정서의 이유 하나를 털어놨다. 한 50대 남성은 "문재인 후보가 싫은 건 아닌데 문 후보 지지자들 때문에 후보한테마저 정이 떨어진다"며 "인터넷에서 보면 다른 정치인들에게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더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 X가지 없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후보인데 굳이 내가 좋아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물론 인터넷에서의 극성스러운 지지 댓글들은 문 후보 지지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18원 후원금 폭탄'이나 '문자폭탄' 등의 도를 넘는 행동들은 많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안티 팬이 아무리 많아도 스포츠 구단은 이기기만 하면 우승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른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확장성'이 중요하다.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맹렬히 응원한다고 그 후보가 당선되는 건 아니다. 다른 후보의 지지자도 끌어와야 이길 수 있다. 정치에선 팬들도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