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저녁 긴급 회동했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을 두고 그간 평행선을 달리던 산은과 국민연금이 합의점을 찾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은 이날 저녁 서울 모처에서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관련 논의를 위해 만났다.
금융당국과 산은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손실분담을 전제로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자율적 구조조정안을 제시한 후 산은과 국민연금은 세 차례에 걸쳐 만났지만 강 본부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회동으로 양 기관이 막판 채무재조정에 극적으로 합의, 대우조선이 자율적 구조조정에 착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회동은 이 회장이 이날 오전 "국민연금과의 협상 여지가 100% 열려있다"며 '막판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뤄졌다.
이 회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기업구조조정 방안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임종룡 금융위원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과 별도 면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아직 시간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연금 측이 제안을 내놓는다면 신중하게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연금도 "산업은행 측과 만날 의향이 있다"며 "아직 협상의 문이 열려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민연금은 14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대한 방침을 최종 결정한다.
현재 국민연금이 들고 있는 대우조선 회사채는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 중 30%가량에 해당하는 3887억원어치에 달한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대한 방침을 최종 결정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 중대 변수로 꼽힌다.
앞서 국민연금은 △4월 만기 회사채 우선상환 후 채무재조정 논의 △산은의 추가 감자 △만기유예 회사채 상환보증 △출자전환 가격조정 등 채무재조정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산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앞서 국민연금 측이 삼정회계법인의 실사 신뢰도를 문제 삼으며 제안한 재실사와 채무재조정 3개월 연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나 좋은 뜻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대한민국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못 믿고 새로 실사하겠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채권자 집회 3개월 유예 요구에 대해서도 "대우조선이 당장 다음 달부터 상사채권을 변제하며 선박을 만들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채권단은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이달 말 700억~800억원의 운영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기권이나 반대의사를 밝혀 채무 재조정안이 무산될 경우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으로의 즉시 이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은 이해관계자의 손실분담 없이 이뤄질 수 없다"며 "기업의 철저한 자구노력과 이해관계자의 엄정한 손실분담이라는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자들이 채무재조정을 통한 손실분담에 참여하지 않으면 P플랜으로 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