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절제되고 책임감 때문에 무거움도 느끼며 30년 이상 입었던 법복을 벗고 나오니까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에 보람을 찾겠습니다"
31년 6개월 동안 판사 외길을 걷다가 퇴임한 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법무법인 해인의 윤인태 대표변호사(60·사법연수원 12기·사진)는 부산고법원장 출신이다.
윤 대표변호사는 "얼마 전 법원장실에서 뵐 때보다 훨씬 젊어보인다"는 인삿말에 환하게 웃었다.
울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대표변호사는 지난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5년 9월 부산지법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해 부산고법원장을 끝으로 명예롭게 법복을 벗었다. 윤 대표변호사는 정년까지 재직할 수 있었으나 후배들을 위해 용퇴했다.
윤 대표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부산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창원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을 거쳐 2015년 2월 부산고법원장에 취임했다. 2011년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고사하면서 대법관 반열에 오르지 못했으나 그동안 소액사건을 제외하고 1만건이 넘는 판결문을 작성하는 기록을 남겼다.
윤 대표변호사는 전체 법관 재임기간 부산에서만 25년 이상 근무했다. 나머지 기간도 대법원 재판연구관(2년6개월) 때를 제외하면 창원지법과 울산지법에서 일하면서 지역사회와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법관으로 평가받았다.
윤 대표변호사는 "앞으로 법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과 지식을 나눠주면서 본인이 원하는 길이나 원하는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차선의 길을 찾아줄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변호사들이 대부분 민사·형사 등으로 구분 되지만 특정한 전문분야가 거의 없었다"면서 "수석부장 시절 때 많이 다루고 경험했던 회생·파산 등 경제분야를 좀 더 특화시킨 법무법인으로 키우기 위해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를 많이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변호사는 "법관 퇴임 전에는 친구들 외에는 직업상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해 사람들을 깊이 사귈 수 없었다면 지금은 깊이 사귀면 사귈수록 좋다"면서 "바빠서 그만뒀던 붓글씨나 동양화를 다시 공부하는 등 취미생활도 늘리며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월 7일 퇴임한 윤 대표변호사는 "최근 공기 좋고 부산 앞바다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용호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뒤 아침마다 해안길을 산책하고 근교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위주로 건강도 다진다"고 근황을 전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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