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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대통령 권한 강화 개헌… 에르도안 장기집권 가능

국민투표서 찬성 51.4%

터키의 집권제도가 94년만에 바뀌게 됐다.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 터키의 개헌 국민투표가 결국 통과되면서 거의 1세기 동안 이어진 '아타튀르크(국부)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개헌을 통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영향력은 커졌으며 장기 집권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찬성 의견이 예상보다 높지 않았고 부정투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향후 터키는 더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는 벌써부터 터키가 독재국가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터키 국영통신 아나돌루에 따르면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헌안 국민투표 개표 결과 '찬성'이 51.4%로 반대 의견(48.6%)을 근소하게 앞섰다고 발표했다.

개헌안을 밀어붙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승리가 확정되자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부 개혁안을 제정했다. 민주주의 역사에 새 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번 승리를 국민의 부와 평화를 위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은 대통령 중심으로 권한을 집중시키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통령의 권한 집행력을 강화하고, 총리직은 폐지한다. 대통령은 또 장관과 일부 사법기관장 임명권을 가지며, 입법권도 일부 보유하게 된다. 비상사태 선포권까지 가진다. 결과적으로 현직인 에르도안 대통령에 막강한 권한을 몰아줬다.

장기 집권 길도 열렸다. 개헌안에서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중임이 가능하다. 새 헌법은 2019년에 발효된다. 에르도안은 잔여 임기를 보장받고, 새 헌법 하에서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있다. 2019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중임까지 성공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재임 중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2034년까지 권력을 연장할 수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에 재직하면서부터 14년간 권좌를 지켜 왔다. 17년간 더 집권할 수 있는 '독재'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찬성 의견이 개헌파의 기대보다 낮고,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아 개헌안 선포 전까지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기대했던 승리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했다.


야당 등 개헌 반대파는 불공정한 선거였다며 이번 결과에 대해 공식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의 에르달 아크순가르 부대표는 "전체 투표함 중 최대 60%의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며 "150만표에 달하는 무효표가 찬성표로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쿠르드계 소수정당인 인민민주당도 총 투표의 3분의 2에 대해 재검표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AP는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