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지원 특파원】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 속임수를 썼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이 “정확한 배치 시기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해명하고 나섰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우리는 칼빈슨호가 (싱가포르에서) 바로 한반도로 향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당초 발표가 시사했던 것처럼 빨리 향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함대'(armada)가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지 정확한 도착 시기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이 북한에 무력을 과시하기 위해 호주로 향할 예정이었던 칼빈슨 항모를 한반도로 돌렸다고 밝혔다.
이후 전세계 언론은 북한의 핵실험에 미국이 무력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칼빈슨 항모는 예정됐던 호주와의 군사훈련을 위해 인도양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 국방부측도 “통상 항공모함이 언제 어디에 있을지를 정확하게 얘기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국내외의 엉성한 언론 보도가 사태를 키웠다”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칼빈슨호는 항해를 계속하고 있으며 북서 태평양 동맹국들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보장하기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의 해명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CNN은 ‘스파이서의 칼빈슨호 해명은 말도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폭스뉴스의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가고 있다는 뉘앙스가 분명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며 “북한의 핵실험 도발이 예상되던 당시 상황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강국 지도자가 악당 국가의 잘못된 행동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NYT도 한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당황해 하고 있다면서 미 정부가 허세(bluffing)을 통해 북한을 거짓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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