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심장 하나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고아원서 자란 어린시절 회상
사비 털어 불우청소년 도와
레크리에이션 자격증 취득.. 사회시설 찾아 즐거움 선사
우면산 사태땐 연가 내고 수해복구작업에 참여하기도
김한수 주사(오른쪽)가 달동네를 찾아 영세민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도록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한수 주사는 레크리에이션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김 주사가 노인 요양시설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여가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한수 주사(55·6급). 그는 '따뜻한 심장 하나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는 생활신조로 공직생활을 하면서 따뜻한 세상 나누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공직의 첫발을 서울 은평구청에서 서기보(9급)로 내디뎌 지금은 민생사법경찰단의 '왕주임'이다. 그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업무에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봉사활동 때문이다.
그를 만나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을 건넸더니 웃으면서 "매일 보약을 먹고 산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돌보면 보약을 먹은 것처럼 힘이 불끈 솟는다는 것이다. 그는 "돈이 많으면 뭐하고 권력을 갖고 힘이 세면 뭐하느냐"며 "많은 돈은 없는 사람들과 나눠 쓰라는 것이고 힘이 센 사람은 힘을 약자에게 휘두르는 게 아니라 그들을 보살펴 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기와 싸우던 소년, 공무원으로
김 주사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할아버지 손에서 여섯살까지 자라다 형편이 어려워진 할아버지는 그를 누나와 함께 고아원에 떼놓고 떠났다. 그날 할아버지는 "형편이 좋아지면 꼭 데리러 오마."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고아원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했다. 고아원을 먼저 나간 형들에게 죽도록 맞는 일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형들은 하굣길에 기다리고 있다가 "앵벌이를 해와라, 밥을 훔쳐와라"라고 윽박질렀다.
고아원에서 나온 그는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허기와 싸우며 신문배달 등 궂은일은 다 했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밤에는 검정고시학원을 다녔다. 다행히 신문지국에서 먹여주고 재워줬고, 이곳에서 나눠주던 꽁보리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고.
김 주사는 청년이 됐고 운전병으로 입대했다. 제대 후에는 대학입학시험을 치러 중앙대 야간부 회계학과에 합격했다. 86학번의 늦깎이 대학생으로 졸업한 뒤에는 공무원 9급 시험에 합격했다.
■도움 필요한 곳이면 거리 안가려
공무원이 된 김 주사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다는 생각을 다졌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와 청소년, 고아원, 소년원, 양로원, 치매노인센터, 중증장애시설 등을 가리지 않고 돕는 데 앞장섰다. 나눔과 봉사를 위해 지난 1995년 레크리에이션 자격증까지 땄다. 이들 시설을 찾아 위로하고 놀아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각장애시설인 맹아원을 찾아 원생들 목욕 봉사와 함께 매년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또 후원자 발길이 끊긴 중증장애인시설을 찾아 생활필수품과 월동용품을 후원하면서 정기적으로 이들 시설을 방문,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들과 같이 외출해 놀아주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김 주사는 생활고 때문에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한다는 학생 소식을 학교 교사로부터 접했다. 그는 당장 달려가 졸업 때까지 학생의 급식비와 졸업앨범비까지 지원했다. 그는 "조금만 도와주면 되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사비를 털어 소년원 원생들에게 검정고시 교재를 지원해주고 용기를 심어준다.
한번은 경남 진주에서 긴급 구호가정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즉각 진주로 가보니 엄마와 3인 가족이 거주할 곳이 없어졌다. 그동안 이 가족은 지하 노래방 앞 계단에서 생활했으나 쫓겨났단다. 그는 급히 LH가 관리하는 빌라 입주보증금 600만원을 지원, 입주시켰다.
생활고를 겪는 다문화가정도 그의 봉사 대상이다. 다문화가정의 초등학교 3년생이 태권도장을 다니고 싶은데 원비가 없어 도장 앞에서 매일 구경만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지난해 6월부터 원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그는 이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결혼이민으로 낯선 한국 땅에서 새삶을 산지 얼마 되지 않아 배우자를 잃는 등 어려운 처지에 놓인 가정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시민 눈물 짓게 하면 '엄벌'
그는 우면산 사태 때 연가를 내고 수해 복구작업에 참여하고 대민 봉사를 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공무 수행과정에서 시민을 눈물 짓게 한 사범을 적발하면 엄벌을 위해 최선을 다 한다. 그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불법대부업.방문판매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는 데도 기여했다.
그는 이곳에서 민생침해사범을 붙잡아 처벌하고 있다. 또 미세먼지를 유발, 시민 건강을 해치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사범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까지 128개 업소를 적발, 58개 업소를 형사처벌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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