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집단탈당 후폭풍.. 탈당 13명 “당 보다는 보수”
지지율 좇아 홍준표 품으로.. 유승민 리더십 반감도 작용
바른정당 위세 위축 불보듯
劉 대선 득표율이 ‘분수령’ 바른정당 진로 좌우할듯
바른정당 13명 의원 “탈당 후 한국당 입당” 바른정당 내 비(非)유승민계 의원 13명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집단탈당한 후 자유한국당 입당 결정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성태, 김재경, 홍문표, 이군현, 박순자, 여상규 의원. 연합뉴스
“내가 원조 레드준표” 홍준표 청년 행사 참석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대청년 오디션 미운우리프레지던트509' 행사에 참석, 청년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당 100일을 앞두고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집단탈당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당 위세가 급격히 위축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으나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세에 있어 탄력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한국당은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향후 바른정당의 앞날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다.
■洪 지지율-劉 반감이 주요인
높아지는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율과 답보상태에 머무른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홍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게 보이면서 보수 재편이 홍 후보 쪽에 힘이 실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호각세를 보이는 등 추격세가 만만치 않다. 아울러 각 지역구 민심을 통해 한국당으로의 복당을 원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 입장에서 바른정당 탈당은 현실적인 요소가 컸다는 설명이다.
상승세를 탄 홍 후보 지지율과 달리 유 후보에 대한 바른정당 내 의원들의 반감도 컸다는 지적이다. 장제원 의원은 탈당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탈당 안하더라도 몇 분의 탈당이 있을 상황이었다"며 "이 작아지는 정당에서 유승민 지도자와 함께 갈 것이냐, 아니면 보수 궤멸을 막기 위해 한국당에 힘을 보태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는 거 아닌가라는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유승민 후보는) 우리에게 완주에 대한 명분, 완주에서 참패했을 때 당의 진로라든지 본인의 책임론에 대해 명확하게 비전을 제시해줬어야 했다"며 "어떠한 현실도 뚫고나갈 수 있는 33명에 대해 함께해야겠다는 뜨거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에 대한 아쉬움이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劉 득표율 따라 상황 달라질 듯
이번 집단탈당으로 당 위세는 위축됐지만 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당의 진로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정병국,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당분간 당에 잔류할 것으로 보이고, 유승민계로 분류되던 이혜훈, 김세연, 지상욱, 유의동, 홍철호, 박인숙, 이학재 의원의 잔류도 유력하다. 김영우, 김용태, 하태경 의원도 잔류 의사를 밝혔으나 그 외 남아 있는 의원들의 잔류 여부는 확실치 않다.
보수판 정의당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선수가 높은 의원들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아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당의 당권경쟁이 대선 전부터 본격화된 만큼 비박계와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뭉쳐 한국당 당권을 장악한다면 바른정당 중진의원들의 행보도 가벼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유승민 후보가 대선에서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당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낮은 지지율과 달리 실제 대선에서 선전한다면 정치적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어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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