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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공포지수' 23년만에 최저

월스트리트 '공포지수'가 1993년 12월 이후 23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포지수가 낮아질수록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CNN머니는 9일(이하 현지시간) 월가 공포지수로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9.8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VIX가 한자리수로 떨어진 것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초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전날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이 승리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재들이 겹치면서 VIX가 하락했다. 8일 하루에만 VIX는 8% 급락했다.

또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좌충우돌하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법인세 인하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런저런 긍정적 평가가 VIX 하락의 배경인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같은 점을 감안해도 VIX 수준은 지나치게 낮으며, 이는 시장이 그만큼 느슨해졌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 컨버지EX에 따르면 VIX가 한자리수를 기록한 것은 1990년 이후 전체 거래일 가운데 0.2%에도 못미친다.

VIX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81까지 치솟았고, 2015년 8월 다우지수가 하룻새 1000포인트 넘게 폭락했을 때도 41을 기록한 바 있다. 한 자리수는 이례적이다.

컨버지EX의 수석시장전략가 니컬러스 콜라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메모에서 "압도적인 시장 정서는 '걱정 붙들어매고 즐기라'는 것"이라면서 시장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극도로 낮은 변동성(VIX)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초저금리에서 비롯된 인위적인 수준인데다 이는 월스트리트가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를 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연준 이사를 지낸 케빈 워시는 전날 한 투자콘퍼런스에서 "세상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측정 수치가 지금처럼 낮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9.5 또는 10 수준의 VIX에 안도하기보다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QE)가 VIX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주범이라는 것이다.

연준은 금리인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는 사상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고, 2008년 이후 양적완화로 인해 연준의 보유자산 규모는 5배 넘게 폭증한 4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상태다.

소시에테제네럴(SG)의 글로벌 외환전략 책임자 키트 주크스도 "극도로 완화된 수준의 통화정책이 인위적은 낮은 변동성을 만들어냈다"면서 "이때문에 거래와 투자가 왜곡된 가격 흐름을 따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초저금리 상태에서 비롯된 최저 수준의 VIX가 시장을 어디로 인도할지는 알 수 없다.
과거 경험이 서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 VIX가 한자리수로 떨어진 경우는 1993년 12월, 1994년 12월, 2006년말~2007년초 이렇게 3번 있었다.

그러나 컨버지EX의 콜라스는 그 효과는 서로 상반됐다면서 1995년의 경우 S&P500 지수가 34% 급등했지만 2008년에는 40% 가까이 폭락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