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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염소 위(胃)에서 사료첨가제·세제 만드는 ‘효소’ 발굴

기존 효소 분해능력의 2배… 수입 의존도 높은 국내 시장 겨냥

흑염소서 분해능력 우수한 효소를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발굴했다.

앞으로 이 효소에 대한 대량 생산 기반을 마련한다면 현재 약 95%에 달하는 산업용 효소 수입비중을 국내산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재래흑염소 반추위액과 소화물 내 미생물 DNA를 채취해 만든 유전자은행에서 특정 물질 분해하는 효소 유전자 55개를 대량 발굴하고, 유전공학기법을 활용해 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효소는 생물이 만드는 단백질이다. 복잡한 화학반응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사료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사료첨가제에는 셀룰라아제, 아밀라아제 같은 8여종의 효소가 들어있다.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친환경적인 특성 덕분에 기존 화학재료보다 고부가가치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흑염소 위(胃)에서 사료첨가제·세제 만드는 ‘효소’ 발굴
/사진=농촌진흥청

현재 국내 산업용 효소시장은 연간 1000억원 규모(약 7000t)로 95%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효소 활용제품은 수입 효소 가격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산업용 효소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50%)을 차지하는 사료첨가제 생산에 이를 활용한다면 사료비 절감 효과로 축산 농가 소득향상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천연세제, 프리바이오틱스 등 기능성 식품소재, 2세대 바이오에너지 생산과 같은 다양한 산업분야의 원천소재로도 활용 가능하다.

흑염소의 되새김 위(반추위) 미생물은 각종 분해 효소를 풍부하게 분비한다. 연구진은 볏짚 사료만으로 사육한 흑염소 위에서 반추 위액과 소화물의 미생물 DNA를 채취하고, 다시 이 DNA를 추출해 얻은 유전자 조각을 실험용 대장균에 넣어 '유전자은행(대상 DNA 조각들을 무작위로 포함하고 있는 형질전환 대장균)'을 만들었다.

최유림 농진청 축산생명환경부장은 "이를 활용하면 흑염소에서 효소를 추가 채취하지 않아도 원하는 효소 유전자를 찾아 낼 수 있다"며 "연구진은 효소 유전자를 바실러스균에 넣는 과정을 추가했는데, 이 경우 효소가 세포 밖 배양액으로 자연스럽게 추출돼 생산단가를 30% 정도 낮추고, 순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흑염소 반추위 미생물 유래 신규 섬유소분해효소 발굴 및 특성 구명'이란 제목으로 '엽선 미생물학지' 등 국제학술지 3곳에 실렸다.
아울러 농진청은 효소 34종은 특허등록하고, 11건은 미생물 배지와 효소를 만드는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관련 정부는 국내 연구자들과 공동 활용할 예정이다.

최 부장은 "이번 성과는 축산미생물 자원을 활용한 생물신소재 개발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축산미생물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도록 산업체와 협의해 기술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