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차단 조직 안정엔 시간 걸릴 듯
우병우 재수사 결정 시점이 사실상 검찰개혁 첫 신호탄
윤석열과 김주현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오른쪽)가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파격인사'로 관심을 모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과 이금로 법무부 차관(52.20기),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52.19기)가 22일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인적쇄신을 통한 개혁과 지휘부 공백 등으로 불안과 동요가 일고 있는 검찰 조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기수 파괴 인사에 따른 검찰 내부 반발로 일부 고검장과 검사장급 인사들의 추가적인 줄사퇴 가능성이 여전해 조직 안정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지검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수사를 결정하는 시점이 사실상 검찰 개혁의 첫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취임식 생략..격식 불편, 내부 분위기 감안
검찰에 따르면 윤 지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청사로 출근해 소속 검사 및 직원들과 상견례를 하고 업무보고를 받으며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특히 윤 지검장 본인 요청에 따라 이례적으로 취임식을 열지 않았다. 예우나 격식을 불편해하는 윤 지검장 성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임 이영렬 전 지검장(59.18기)보다 5기수나 아래인 자신을 지검장에 임명한 것에 대해 반발과 불만 등 뒷말이 무성한 검찰 내 분위기를 다독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지검장 인사가 있던 지난 19일 사의를 표명한 이창재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52.19기)과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56.사법연수원 18기)의 후임자로 지명된 이금로 신임 법무부 차관과 봉욱 신임 대검 차장도 이날 곧바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현재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이어서 각각 장관.총장 대행으로서 법무.검찰 조직 지휘 체계를 재점검하고 복원해 정상 업무를 수행하는 중책을 맡았다. 법무부 장관 인선은 이르면 6월 중순, 검찰 총장 인선은 7월 초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총리 내정자가 국회 동의를 받은 뒤 법무부 장관을 제청하는 절차가 남았고 검찰 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적임자를 대통령에 제청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부급 줄사퇴 가능성 여전…崔게이트 재수사 가시화
이날 이 전 법무부 차관과 김 전 대검 차장이 나란히 이임식을 하고 20년 이상 봉직한 검찰을 떠나면서 상하 관계가 명확한 조직 특성상 또 다른 검찰 고위직 인사 용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조직 내 동요는 심화될 수 밖에 없어 검찰이 당분간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이 차관과 봉 차장(고검장급)의 동기나 윗기수인 간부들의 거취문제다. 김희관 법무연수원장(17기), 박성재 서울고검장(17기), 문무일 부산고검장(18기), 윤갑근 대구고검장(19기), 김강욱 대전고검장(19기), 오세인 광주고검장(18기) 등이 해당된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노승권 1차장(21기)과 이동열 3차장(51.22기)이 윤 지검장보다 선배다. 이정회 3차장(51·23기)은 연수원 동기다. 검찰의 공식 업무 처리가 기수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관행상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되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동기나 후배 기수가 검찰총장이나 고검장 등으로 승진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검찰 관행이었다"며 "이를 모를리 없는 청와대가 이번 인사를 통해 '알아서 나가라'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한편 법조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국정농단 적폐 청산'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고 최근에도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를 언급한 만큼 박영수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지검장이 조만간 우 전 수석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지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검찰의 수사 방향은 미진한 상태로 마무리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세월호.이석수.정윤회 문건 등에 대한 우 전 수석의 수사개입 의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묵인.방조 의혹 등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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