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캘리포니아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워싱턴주가 각광받고 있다.
워싱턴의 독특한 토양과 기후는 와인에 유니크한 캐릭터를 부여한다. 워싱턴의 토양은 기본적으로 화산토로 이뤄져 있지만 위쪽의 얼음으로 덮인 아이스 댐 빙하에 밀려 내려온 마사토가 섞인 풍적토가 형성됐다. 이렇게 여러 지층이 오랫동안 누적된 워싱턴 포도나무는 뿌리를 통해 다양한 토질의 광물, 영양분을 흡수해 포도에 보다 복합적인 미감을 준다.
기후 역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와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워싱턴은 그늘 효과로 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은 비가 많이 오지만 포도밭이 몰려 있는 동쪽은 굉장히 건조한 기후가 유지되는데 그 덕분에 포도가 천천히 무르익으면서 숙성된 아로마의 풍미를 가진다. 일교차가 커서 자연적으로 얻은 와인의 산도가 좋아 리슬링이나 샤르도네 품종이 잘 자란다. 독일의 대표적인 품종으로 알려진 리슬링이 워싱턴에서도 가장 잘 자라는 화이트 와인 품종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 미국 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리슬링 와인은 독일산이 아닌 워싱턴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에로이카(사진)'는 독일 리슬링 대표 와이너리 '닥터 루젠'과 '샤또 생 미셸'의 조인트벤처로 1999년에 출시된 워싱턴 리슬링 와인이다. 닥터 루젠은 독일 모젤 리슬링에 있어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 브랜드다. 200년 이상 루젠 가문이 경영하며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리슬링 와인을 생산해왔다. 독일의 대표 품종 리슬링과 미국의 최첨단 와인 양조기술, 천혜의 떼루아가 결합해 탄생된 '에로이카'는 구대륙과 신대륙의 조화로 생산한다는 의미를 담아 베토벤 심포니 넘버3의 제목인 '에로이카' 이름이 붙여졌다.
'에로이카'는 출시 후 5년 연속(1999~2003) 와인 스펙테이터 톱100에 등극하는 영예를 얻어 리슬링의 한계를 뛰어넘는 와인으로 꼽힌다. 진한 금빛을 띠는 화이트 와인으로 은은하면서도 산뜻한 탄저린 귤향이 느껴지며 균형 잡힌 산도감과 미네랄 노트의 구조감이 뛰어나다.
1934년 설립된 샤또 생 미셸은 미국 와인의 기준을 세운 최초의 워싱턴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다. 1967년부터 유럽 전통 포도품종으로 다채로운 스타일의 워싱턴 와인을 선보였으며 현재 워싱턴 지역의 AVA등급 체계의 기반이 된 혁신적인 와이너리로 잘 알려져 있다.
샤또 생 미셸은 컬럼비아 밸리 AVA 지역 내 1416㏊의 포도 재배지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워싱턴주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식재돼 있는 콜드 크릭 빈야드를 포함하고 있어 와인에서 완숙미를 느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유럽 와인 명가들과의 합작을 통해 워싱턴주 와인 생산지의 위상을 드높였을 뿐만 아니라 신대륙 와인의 새로운 지표를 마련했다.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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