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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찾은 박 전 대통령…주진형 "국민연금 합병 청와대 뜻"

여유 찾은 박 전 대통령…주진형 "국민연금 합병 청와대 뜻"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호송차에서 내려 속행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5.29/사진=연합뉴스

세 번째 재판에 임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정은 한결 여유가 엿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서서 재판부에 가벼운 인사를 하고 변호인과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다만 뒤이어 들어온 최순실씨의 묵례는 받지 않았고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청와대의 뜻으로 국민연금 합병 찬성"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3차 공판이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이 "청와대의 뜻"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주 전 사장이 속했던 한화투자증권은 2차례에 걸쳐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로 이들의 합병이 무산될 것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회가 주주가치의 훼손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던질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민간 조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판단하기 곤란한 투자 결정을 한다. 내부인사들로 구성된 투자위와 달리 관련 단체들의 추천을 받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 조직이다. 그러나 2015년 7월 1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은 전문위에 부쳐지지 않은 채 찬성으로 결정됐다.

합병 발표 이후 며칠 뒤 주 전 사장은 사태 파악을 위해 전문위원이었던 박모 교수에 연락을 했는데 "당시 박 교수가 '나도 이해가 안 돼 알아보니 청와대 뜻이라고 한다'면서 말했다"고 밝혔다.

주 전 사장은 "박 교수는 KDI 시절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가까운 사이인데 박 교수가 그 말을 해 굉장히 놀랐다"고 회상했다.

주 전 사장은 당시에는 청와대가 어떤 반대급부를 얻는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언론을 보고 삼성의 정유라씨에 대한 각종 지원과 재단 지원이 반대급부인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반대 신문에서 "주 전 사장이 오직 박 교수 말만 듣고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관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주 전 대표는 "당시 들은 말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유 찾은 박 전 대통령…주진형 "국민연금 합병 청와대 뜻"
삼성합병에 반대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진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5.29/사진=연합뉴스


■"예단 방지"...朴, 이재용 재판 기록 연기 요청
이날 박 전 대통령 측은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기록을 나중에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본인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이뤄진 다음에 이 부회장 재판기록을 살펴보겠다는 심산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 뇌물 사건은 특히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라며 "공모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증인신문이 안 된 상태에서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된 이 부회장 사건의 증인신문 기록을 먼저 열람한다는 것은 예단 방지를 위한 형사소송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만일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서류증거 조사가 강행되는 경우 변호인단은 심각한 사태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