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로 계약해 어학원에 근무한 원어민 강사들도 근로자로 인정, 퇴직금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부장판사는 미국인 A씨 등 원어민 강사 5명이 C어학원을 상대로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 등은 C학원과 각자 원어민 강사 계약을 맺고 하루 3∼6시간, 주 4∼5일씩 초등·중학생을 상대로 영어 수업을 했다. 짧게는 1년 5개월, 길게는 8년 3개월간 일을 했다.
이들은 계약이 끝난 뒤 2015년 9월 학원을 상대로 퇴직금과 그동안 받지 못한 휴일·연차휴가 수당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자신들도 실질적인 근로자로서 학원에 종속돼 근로를 제공한 만큼 퇴직금 등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원 측은 강사들과 계약은 근로나 고용 계약이 아닌 '강의 용역 계약'이라고 맞섰다. A씨 등이 학원 위임을 받아 강의 업무를 수행했고 그 성과인 강의 시간 수에 따라 강의료를 받은 만큼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주장을 폈다. 설령 이들을 근로자로 보더라도 이미 지급한 시간당 보수에 퇴직금과 모든 수당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등은 학원과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약서상에는 해고나 계약종료 규정, 근신 규정, 시간 엄수 규정 등이 기재돼 있는데 이는 '사용 종속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강사들과 학원 사이의 계약은 근로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학원이 강사들의 강의 내용이나 방법, 교재 등 업무 내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강사들을 지휘·감독했다"고도 지적했다.
강사들과의 '포괄임금 약정'을 체결한 것이라는 학원 측 주장도 "계약서에는 강사들이 받는 시급에 퇴직금이나 다른 수당이 포함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에 따라 학원이 A씨 등에게 모두 1억8000여만원의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을 주라고 판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