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헌금을 당초 목적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선교단체에 위약금을 물게 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법원에 위조문서를 제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79)의 항소심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사기미수 및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목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일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목사는 서류가 위조됐고 허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항소심 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 목사는 미국의 한 선교단체로부터 50만 달러의 헌금을 받고 북한에 신도 1000명 규모의 교회를 세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1년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당했다.
미국 법원은 김 목사 측에 위약금으로 1438만 달러(한화 161억원) 배상을 선고했고 선교단체는 A법무법인을 통해 집행판결 청구 소송을 서울북부지법에 냈다.
이 과정에서 김 목사는 과거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A법무법인이 미국 민사소송 때 선교단체의 법률대리인에게 사건 자료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증거로 A법무법인 명의의 서류를 제출했다.
앞서 1심은 김 목사가 A법무법인 명의로 문서를 위조했다고 판단, 사기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2심은 "문서가 위조 또는 허위 문서인지 알지 못했다"는 김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은 다만 김 목사가 주요 일간지 2곳에 광고를 싣고 A법무법인을 비방한 것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인정,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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