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집권할 경우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해 파운드화 상승 전망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총선 패배는 영국 파운드화 움직임에도 상당한 파장을 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영국 정부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파운드 움직임이 좌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선 이전보다 힘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보수당이 계속해서 집권하는 경우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이번 총선에서 314석을 얻은 보수당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찬성파로 10석을 획득한 북아일랜드의 민주조합주의자당(DUP)을 끌어들여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된다면 13일 의회가 개원하기 전까지 협상을 통해 DUP의 지지를 받아 집권을 연장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경우 파운드가 오를지 내릴지 엇갈린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일부는 파운드 강세를 예상한다. "나쁜 협상을 하느니 협상을 거부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이 낮고, 이는 영국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UBS 영국 금리전략 책임자인 존 레이드는 "총선 결과는 부분적으로 EU와 결별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명한 반대로 볼 수 있다"면서 "보수당의 여소야대 정부는 더 소프트한 탈퇴 쪽으로 양보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파운드가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에 따른 낙관을 압도할 것이라는게 이유다. 이는 파운드에 지속적인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라보뱅크는 분석노트에서 "DUP와 연합에 관계없이 새 정부는 시작부터 강한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생겼다"면서 "새 정부 구성의 윤곽이 잡히면서 파운드는 급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HSBC는 연말께 파운드가 미국 달러에 대해 파운드당 1.20달러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노동당이 소수정당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의석수는 261석으로 다른 정당들의 지지를 받아도 의회 과반의석수인 326석을 못채운다. 그렇지만 메이 총리가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노동당이 집권할 수도 있다.
JP모간체이스는 이럴 경우 노동당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훨씬 부드러운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이는 궁극적으로 훨씬 덜 파괴적인 브렉시트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파운드는 총선 이전에 비해 2~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당이 재집권하든 노동당이 집권하든 보수당의 힘이 빠진 상태라 소프트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노동당의 입김이 세지고, 결국 파운드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도 있다. 특히 메이 총리에게 총선 패배 책임을 묻고 있는 보수당내 친 EU, 반 EU 세력들이 메이의 브렉시트 협상 지지 요청을 거부하게 되면 메이는 노동당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제이너스 헨더슨의 다중자산 부문 책임자 폴 오코너는 "소프트 브렉시트 시나리오는 파운드 상승을 약속한다"면서 "다만 먼저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럽 대륙에서 종종 벌어지는 것 같은 매우 더딘 정부 구성, 또는 어렵사리 구성된 정부가 불신임받으면서 다시 총선을 치르는 경우다. 파운드는 그야말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수당 원로들이 총선 책임을 물어 메이 사퇴를 요구하는 분위기여서 연내 다시 총선이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과 맞물린 시나리오다. 정정불안으로 2년 예정인 브렉시트 협상이 더 길어지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ING의 외환전략가 비라지 파텔은 "이럴 경우 파운드가 파운드당 1.25~1.24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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